일상의 기록 871

당신과 나, 종이컵 전화기 처럼

종이컵 전화기 같은 관계 당신과 나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종이컵을 하나씩 가져요. 주어진 시간동안만 임대한 공간에서 당신과 나 둘이서만 대화를 해요. 종이컵은 하나씩. 귀에 대고 가만히 듣거나, 입에 대고 말하거나 한가지에 집중하는거에요. 동시에 두가지를 할 순 없어요. 실이 너무 길어지면 당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길이는 적당하게. 줄을 너무 당기면 끊어지니 적당히 느슨하게. 가느다란 줄 하나를 따라 당신과 나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눠요. 종이컵을 통하지 않아도 다 들리고 다 말할수 있지만, 컵을 손에 쥐면서 우리는 소통의 규칙이 생겨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듣거나, 말하거나.

외로운 것이 겁도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요. 나는요, 숨도 안쉬고 세 시간을 떠들어댈 수 있어요. 말도 재밌게 많이 할 수 있어요. 혼자 떠들거나 상담도 하려하지 않아요. 제가 떠들면 듣는 사람도 잼있을걸요. 그러니깐, 내 이야기를 들어줄래요? 내 속까지 다 들어오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다만 마음이 스쳐갈 때 눈이 마주칠 때, 한번 웃어주면 안되요? 혼자서 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나지만 과정은 둘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인터뷰를 청했고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수락했다. 외로웠구나, 다들 나만큼 외로웠구나. 나와 눈이 마주쳐 웃어주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웃으면 된다. 내가 먼저 숨만 쉬고 세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건드렸다. ..

카피 수업 후기 - 진작, 작위를 하사받다

IQ, NQ(network), VQ(visual, 칼라TV, EQ)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잇는 것이 RQ(wRiting Quotient) 다. 즉, 글쓰기 능력지수다. 오늘의 수업 내용 이 지수를 높이는 방법을 탐구했다. 글의 리듬을 살리는 법과 관점을 달리한 상대방의 입장에서 글쓰기를 배웠다. 오늘따라 막걸리가 고프신 샘은 쉬는 시간 없이 수업을 마치시고 주점으로 이동. 작명 하사의 시작은 '우리 수작하자' 에서 부터였다. 수작의 뜻풀이가 이어졌다. 수작의 본래 뜻은 술잔을 주고받는다는 뜻이었다. 의미가 확대돼 '서로 말을 주고 받음. 또는 그 말'이라는 뜻이 됐다. 그러다 '남의 말이나 행동 등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수작이 그런뜻도 있지만 빼어난 작품도 되겠네요. 라는 의견에 작위..

LA갈비와 브랜드명

어제 오랫만에 회식을 했다. LA 갈비를 구웠다. 한참 맛있게 먹다가 누가 LA갈비는 어디산이지? 라고 물었고, 어디긴 미국소지.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내가 알던 상식이 맞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진짜 From Los Angeles 에서 유래된것일까? 미국산 갈비를 지칭하는 걸까? 라는. 마침 동석한 이사님이 그건 갈비를 썰어낸 모양이 그래서 그런거야... 라며 한마디 하셨고, 스마트폰 세대들 답게 응 절단한 모양이 그런거레요 라며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다시 검색을 해보고 알다. LA 갈비 [short ribs] LA 갈비 어원은 ‘측면의’를 뜻하는 영어단어 ‘래터럴(lateral)'의 엘(l)과 에이(a)를 따서 LA 갈비가 됐다는 설과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갈비를 뼈째 가로로 ..

기억을 오래가게 하는 법

예전에는 몰랐는데, 기억이 확실히 오래가지 않는다. 그날 바로, 혹은 이틀 이내에 기록해야만 겨우 도망가려는 기억의 꼬리를 잡아놓을 수 있다. 한참 후에 기록을 하려 하면 느낌만 남고 어떤 구체용어로 설명할 수가 없다. 어슴프레한 느낌만 남은 기억들이 얼마나 애가 닳는지....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뇌의 용량은 그대로이고 매일은 새롭기 때문에 기록해주고 비워줘야 하는것을. 이 블로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줘야 할텐데....

명절 휴우증

설연휴 집에서 엄마밥을 먹고 뒹굴고 자고 왔다. 기꺼이 엄마는 종처럼 온갖 반찬과 밥을 해서 차려주었고. 늘상 듣는 잔소리를 귓등으로 흘리며 내 편한것만 하다왔다. 사흘을 그렇게 엄마를 부려 먹고 나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쌓였을 먼지를 닦고 빨래하고 저녁먹고 커피도 한잔 한다. 잠깐 누워서 선잠을 졸았는데 몸에서 이상한 화학반응을 해서 뇌가 깨었다. 심장이 두근거려서 더는 평안할 수가 없다. 마음속에서부터 이상한 감정이 요동친다. 꿈에서의 느낌인가? 꿈이라기엔 난 이미 잠을 깨었는데? 커피를 한 잔 해서 심장이 두근거리는걸까.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서 잠들면서 떨어진 체온을 끌어올리려 심장이 박동수를 늘린건가. 그런 과학적인 판단 전에 내가 다녀온 집이 문득 그리워졌다. 나흘을 붙어있으면서..

일상의 기록 2012.01.25

피카소와 전혀 상관없다 coffee and A

여름밤. 홍대를 지나다 새로 오픈한 카페를 발견했다. 그냥 지났다면 몰랐을텐데 간판을 보고 나서 한참 후에 저곳이 카페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할까. 그만큼 나에게는 간판이 익숙했고 흥미로웠다. 피카소의 황소머리라는 작품이다. 분명 피카소의 작품에서 차용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기에 저기가 카페라는 생각을 못했다. 화랑이겠거니 했다가 화랑을 겸한 카페 아닐까 하는 정도로 스킵했다. 얼마 후 그곳을 지날일이 있어 들어가보기로 했다. 화이트 톤으로 모던하고 심플했다. 내 흥미를 자극했던 로고는 카페 내부 소품에 여러 형태로 적용되었다. 검색해봐도 전문가가 인테리어 디자인했다는 이야기 외에 로고에 관한 언급은 없다. [coffee and a]와 로고의 형태는 상관 관계가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미술이나 피카소에 관..

지하철 광고 욕망의 주소

지하철만큼 광고가 난무하는곳도 없다. 열차 내부는 출입문 문, 천정 짐칸 부분, 걸개식 배너.. 외부에 안전문이 생기자 그 틈을 비집고 광고로 전체 문을 래핑해버리게 되었다. 가장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기도 하고, 욕망을 담는것이 광고임을 익히 아는바.. 내 눈엔 족족 '성형'광고가 눈에 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성형광고가 많다...가 아니라 이게 점점 도를 지나친다는 거다. 한국은 성형수술 권하는 나라다. 광고를 보고 있자니 현재 대한민국의 상태가 보인다. 섬득하리 만큼 자극적인 문구는 물론이고 각종 시술 및 수술법의 다양함도 더불어 의학지식이 늘어나고 초상권 대신 무료 수술을 받았을 듯한 적나라한 수술 전후 사진 모델의 강력한 수술에의 욕망과 더불어 뒷통수가 납작한 것도 수술해야 하는 ..

오오 나는 얼마나 많은 낙태를 했던가

최카피 샘의 첫 수업. 다들 책 하나 내보겠다고 시간을 할애해 온 사람들인 바. 흔하디 흔한 삼다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중국의 문장가 歐陽修(구양수)가 글 잘 짓는 秘訣(비결)로 三多(삼다)를 든다. 다독 다작 다상량 (多聞 多讀 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한다. 라고 다들 알고 있지만 본래의 뜻은 조금 다르다. 많이 읽고, 많이 메모하고, 생각을 가미하여 쓴다는 뜻이다. 구양수는 작가가 아닌 문장가다. 《구양문충공집》153권의 전집을 냈다는 것을 미루어 많은 읽음과 메모 끝에 생각을 더한 글을 써내었다고 볼수 있다. 모두 새로운 글을 창조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팁 세가지. 첫번째, 많이 읽는다. 영화의 편집기법에서 차용해 몽따주 기법의 책과 미장센 기법의 책 두가지..

글쓰기도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로뎅갤러리 박이소 유작전 2006.3.10~5.14 그의 작업노트 中 나는 그림을 그릴때마다 그림그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하기전에의자에 앉아 그림을 째려보며 한참을 있다지치면 잠을자기 시작한다. 한두시간 자고 일어나면 나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벌써 몇시가니 흘러가서 시간은 돈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그림을 끌적거리면서 발작적으로 비명을 가끔지른다. 어쩌다 영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을때도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그림그리기가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예전에 박이소 유작전을 보러갔는데, 다른 작품은 기억에서 사라져도 그 때의 기억이 지금까지 지켜지는 한 부분이 있다. 작가의 작업 구상 노트 한부분을 봤을 때였는데 삐뚤 빼뚤한 날려쓴 메모라 한참 들여다 봤다. 헝클어진 머리에 세수도 안..

일상의 기록 2012.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