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푸드테라피 56

[채식레시피] 우엉차

요즘 나의 요리는 날로 다양해진다. 일상 생활의 창작활동이라기 보다는 재료를 안버리려는 생계형 절약에 가깝다. 내 요리의 포인트는 1인 자취 생활에 남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다양하게 응용하는 것이다. 특히 채식을 시작하게 되면서 더 그렇다. 시금치 한 단을 사서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에 양은 너무 많다. 1인이 샐러드를 아무리 먹어도 파릇파릇한 시금치는 쉬이 줄어들지 않는다. 샐러드에 지치면 데쳐 나물로 만들게 된다. 어떤 때는 국으로, 스프로 여러가지 상상을 동원해 만든다. 결국 지난번에 볶아먹고 남은 우엉을 차로 만들어먹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우엉 4뿌리를 무려 1000원에 주길래 일단 샀다. 두 뿌리는 채썰어 볶아먹고(그 마저도 먹다먹다 지쳐 상해서 버렸다.) 남은 우엉 2뿌리는 랩에 싸서 냉장고에..

[채식레시피]유자된장소스를 얹은 가지구이

3개에 2천원 주고 산 가지를 하나씩 구워먹었다. 하나 남은 가지는 어느새 시들시들 냉장고 구석에서 탄력을 잃어갔다. 그냥 어슷썰기 해서 구워먹는것도 지겹고, 그렇다고 하나 남은 가지를 조리거나, 나물로 만들거나 하기도 귀찮다. 가지는 그 물성이 참 요상하다. 탱탱한 겉과 달리 막상 열기가 닿으면 허물허물하게 부피가 작다. 나물 데치는 것 만큼이나 허무한 부피를 자랑하는게 가지다. 일본 유후인 료칸에 묵은 적이 있었는데, 가이세키 요리중 '유자된장'이 그렇게 맛이 있었다. 유후인 명물이 유자된장이기도 하고 그 료칸 주방장이 특별한 비법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전통 된장이 유자와 만나니 이건 새로운 소스의 세계가 열린다. 된장의 격상이라고나 할까. 유후인 관광하면서 사온 유자된장은 모양만 유자그림이 있을 뿐..

[채식레시피] 두부스테이크와 시금치 샐러드

채식이란 단어에 두드러기 있는 사람이라면 스테이크란 단어가 반갑겠지만, 스테이크는 뻥이다. 굳이 표현하자면 두부 부침개다. 스테이크의 의미가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 불에 뭉근히 구웠다는 의미긴 하나. 두부를 '두툼이'썰어 프라이팬에 잘 구워냈으므로 그냥 '스테이크'란 단어에 묻어가자. 단골 두붓집에서 사는 검은콩으로 만든 두부. 양념 없이 맨입으로 먹어도 무척 고소하고 맛있다. 그러다 변화를 주고 싶어 두툼하게 잘라 구웠다. 넓적하게 썰면 뒤집개로 뒤집다가 모양이 잘 흐트러진다. 요렇게 잘라 구우면 4면을 90도로 돌려 4면을 골고루 익힐 수 있다. 생시금치, 대추방울토마토, 블랙 올리브를 올리브와 발사믹에 살짝 저며 얹어냈다. 스테이크에 샐러드는 필수잖아? 노릇노릇한 두부를 한입 베어 먹는다. 두툼한..

[고마실]센티, 방뺌 기념파티 후기

>> 마실 보기 2007년 집을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장담했지요. 집에 들어올 일은 없을 거다. 해외로 나가든 결혼이라도 하게 될 거라 생각해서였죠. 2013년.... 집에 들어가야 합니다. 독립생활의 종지부를 찍으며,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 귀가를 허락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4번째로 살게 된 집은 너무너무 포근하고 따듯하고... 여기서 사는 한 달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곳에서 난데없이 기간제 채식인이 되었습니다. 어차피 내 시간 내 맘대로 쓸 수 있으니 밥도 내가 먹고 싶은대로 해먹습니다. 간단한 식물성 요리를 하면서 집에서의 자급자족적인 일상의 평화로움을 경험합니다. 오랜 방황을 마치고 탕아의 귀환 전 '방뺌 기념 파티'를 엽니다. 자의반 타의반 독립생활을 마치는 기념 집들이입니다. 날마다..

[채식레시피]유채나물 무침

마트에 갔더니 유채나물이 나왔다. 제주도 여행갔을때 처음 먹어본 나물이 맛있어 알아보니 유채라고 했다. 그 유채가 그리워 얼른 샀다. 마트에선 초고추장에 버무려 시식대에 내놨는데 나는 된장에 무쳐 먹기로 했다. 생으로 먹기에 질감도 두툼하고 좋긴하다. 잘 씻은 유채를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다. 약간 억센기운이 있으므로 시금치나 깻잎같은 야들한 애들보단 좀 더 길게 데친다. 데쳐서 찬물에 담아놓으니 고새 색이 새파래졌다. 예쁘다. 1. 양념장 (천일염으로 담은 재래식 된장 1스푼, 다진마늘 1스푼, 참기름 1스푼)을 골고루 섞어준다. 2. 데친 유채는 적당한 크기로 종종 썰어주고 3. 손맛이 가미되게 조물조물 버무리고 4. 먹자~~

채식 결산, 나는 어떻게 변했나

창업은 했고, 시간은 주체할 수 없고, 의견이 일치하기까지의 신경전은 무척이나 지난한 과정의 반복이고, 그러다 보면 일주일 단위가 훌쩍 지났다. 이것이 나의 문제일까, 너의 문제일까, 아니면 단지 궁합이 안맞을 뿐인걸까. 120명이 꽉 찬 건물에서 동료들과 부대끼고 돌아오면 혼자여서 좋았다. 몇 달 후, 사무실엔 늘 홀로 머물고, 집으로 돌아와도 혼자였다. 어느날 그 사실이 미치도록 공허했다. 아, 애초에 이러는 게 아니었어. Out of sight, Out of mind. 변화가 필요했다. 시간을 즐거이 견디려면 창조적인 행위를 하면 되었다. 마침 기회가 찾아온 것은 채식 경험이었다. 창업하기 전부터 황성수 박사님과 채식이 가능한 힐링 여행을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있어왔고, 채식에 관해 정보가 전혀 없..

힐링스쿨 4회차

2013.01.17. 오후7시 @ 황성수 힐링스쿨 마지막 날은 다시 혈액을 채취해 시작과 끝이 어떻게 변했는지 체크하는 날이다. 열심히 한 사람들은 극적인 효과를 보게된다. 현미로 만든 김밥. 쫀득한 김밥이라니 이건 차원이 다르자나!! 힐링테이블에서 변화를 이야기하다. - 2주차부터 피부, 머리빠짐 줄더라. - 김치찌개랑 밥을 먹으면 먹을 때만 좋고 먹고나서 기분이 나빴다. 이젠 짜게 먹으면 속이 쓰리다. 위에도 부담되는 것 같다. - 당뇨환자는 당분이 높은 딸기 먹지마라고 한다.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었다. 그런데 오히려 약을 끊었다. 당뇨가 당분의 문제가 아닌 기름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것 같다. - 미용실에 갔는데 잔머리가 많다고 했다. 채식을 하고 잔머리가 다시 나는것 같다. - 배가 빨리 안..

채식라이프 14~17일차. 매일 먹는게 비슷하므로 주 단위로 기록한다

14일차 (01.10) 아침 - 우엉조림, 시금치 나물, 생쌀, 동치미 지난 번 먹고 남은 밥을 계속 미루고 불린 쌀을 먹다보니 밥통에 있던 밥을 포기하고 전기코드를 뺐다. 새로운 변화다. 점심- 레몬차 저녁 - 아침 식단과 똑같음 15일차 (01.11) 오늘은 하루 한끼만 먹은 날. 생쌀과 카레와, 시금치 카레국과, 시금치 토마토 샐러드에, 동치미, 버섯들깨볶음 사과, 배, 커피 후식에 빵까지. 아름다운 날. 16일차 (01.12)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침 점심 현미생쌀만 조금 먹었다. 저녁에 흰 쌀밥에 야채 반찬을 집어먹었다. 그리고.... 약간 배탈이 났다. 17일차(01.13) 주말 아침 간단히 현미 혼식에 야채 샐러드로 한끼. 점심 질긴 발표로 만든 바게트 빵을 사서 먹는다. 질겅질겅 어금니 전..

채식라이프 13일차 (01.09) - 오오 이 놀라운 조미료 맛

아침 - 두부, 야채,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 뷔페식 브런치를 갔는데, 동물성 식품이 안 빠진게 없다. 마요네즈로 버무린 콘도 통과, 돼지갈비찜 같은데 거기서 마른 당근만 건져 먹어야 한다. 연두부, 채소에만 먹기엔 배가 무척 고팠을걸 다행이 미트가 들어가지 않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있었다. 이마져도 미트토마토소스였으면 진정 배고플 뻔. 그래도 음식 하나하나 고유의 맛을 알다보니 다른 못먹은 음식들에 아쉬움은 크지 않다. 어쨌거나 밖에서의 비건체험은 쉽지 않다. 저녁 - 4시 유부초밥 3알, 현미밥, 국물만 떠먹기 외출중이고 배는 고픈데 카페에 앉아 쌀을 씹고 있자니 모양도 안나고... 작은 일본식 우동집에 들어간다. 2천원짜리 유부 단품만 시키고 내 도시락을 꺼낸다. 쫀득한 쌀알이 입안에 포지고 본능적..

채식라이프 12일차 (01.08) - 직장인+삽겹살회식이 아님에 감사하는 날

점심 - 현미생쌀, 우엉조림, 시금치나물, 동치미, 두부 슬슬 쌀이 익숙해진다. 오히려 소량인데 든든하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긴 듯 하다. 백색 동치미에 두부, 아이보리빛 쌀과 초록색 시금치 무침. 백색민족의 정갈함이 느껴지지 않나? ㅎㅎㅎ 저녁 - 막걸리1잔, 김치전, 수제비 밀가루 2쪽 만약 직장을 다니면서 잦은 회식을 하는 상황이면 이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사람들과 만나 회식을 해야 하는 상황. 꼼짝없이 앉아 고기를 굽고, 고기 한 점 입에 안대는 것을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다행이도 삽겹살 구워먹자는 사람이 없어 막걸리와 김치전으로 끝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