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276

당신과 나, 종이컵 전화기 처럼

종이컵 전화기 같은 관계 당신과 나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종이컵을 하나씩 가져요. 주어진 시간동안만 임대한 공간에서 당신과 나 둘이서만 대화를 해요. 종이컵은 하나씩. 귀에 대고 가만히 듣거나, 입에 대고 말하거나 한가지에 집중하는거에요. 동시에 두가지를 할 순 없어요. 실이 너무 길어지면 당신의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 길이는 적당하게. 줄을 너무 당기면 끊어지니 적당히 느슨하게. 가느다란 줄 하나를 따라 당신과 나 소근소근 이야기를 나눠요. 종이컵을 통하지 않아도 다 들리고 다 말할수 있지만, 컵을 손에 쥐면서 우리는 소통의 규칙이 생겨요.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듣거나, 말하거나.

외로운 것이 겁도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아요. 나는요, 숨도 안쉬고 세 시간을 떠들어댈 수 있어요. 말도 재밌게 많이 할 수 있어요. 혼자 떠들거나 상담도 하려하지 않아요. 제가 떠들면 듣는 사람도 잼있을걸요. 그러니깐, 내 이야기를 들어줄래요? 내 속까지 다 들어오는 것은 바라지 않아요. 그렇다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다만 마음이 스쳐갈 때 눈이 마주칠 때, 한번 웃어주면 안되요? 혼자서 일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작은 나지만 과정은 둘이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겠다고 인터뷰를 청했고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수락했다. 외로웠구나, 다들 나만큼 외로웠구나. 나와 눈이 마주쳐 웃어주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웃으면 된다. 내가 먼저 숨만 쉬고 세시간 동안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렇게 건드렸다. ..

LA갈비와 브랜드명

어제 오랫만에 회식을 했다. LA 갈비를 구웠다. 한참 맛있게 먹다가 누가 LA갈비는 어디산이지? 라고 물었고, 어디긴 미국소지.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시, 내가 알던 상식이 맞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진짜 From Los Angeles 에서 유래된것일까? 미국산 갈비를 지칭하는 걸까? 라는. 마침 동석한 이사님이 그건 갈비를 썰어낸 모양이 그래서 그런거야... 라며 한마디 하셨고, 스마트폰 세대들 답게 응 절단한 모양이 그런거레요 라며 넘어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다시 검색을 해보고 알다. LA 갈비 [short ribs] LA 갈비 어원은 ‘측면의’를 뜻하는 영어단어 ‘래터럴(lateral)'의 엘(l)과 에이(a)를 따서 LA 갈비가 됐다는 설과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갈비를 뼈째 가로로 ..

기억을 오래가게 하는 법

예전에는 몰랐는데, 기억이 확실히 오래가지 않는다. 그날 바로, 혹은 이틀 이내에 기록해야만 겨우 도망가려는 기억의 꼬리를 잡아놓을 수 있다. 한참 후에 기록을 하려 하면 느낌만 남고 어떤 구체용어로 설명할 수가 없다. 어슴프레한 느낌만 남은 기억들이 얼마나 애가 닳는지....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뇌의 용량은 그대로이고 매일은 새롭기 때문에 기록해주고 비워줘야 하는것을. 이 블로그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해줘야 할텐데....

피카소와 전혀 상관없다 coffee and A

여름밤. 홍대를 지나다 새로 오픈한 카페를 발견했다. 그냥 지났다면 몰랐을텐데 간판을 보고 나서 한참 후에 저곳이 카페라는 것을 인식했다고 할까. 그만큼 나에게는 간판이 익숙했고 흥미로웠다. 피카소의 황소머리라는 작품이다. 분명 피카소의 작품에서 차용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기에 저기가 카페라는 생각을 못했다. 화랑이겠거니 했다가 화랑을 겸한 카페 아닐까 하는 정도로 스킵했다. 얼마 후 그곳을 지날일이 있어 들어가보기로 했다. 화이트 톤으로 모던하고 심플했다. 내 흥미를 자극했던 로고는 카페 내부 소품에 여러 형태로 적용되었다. 검색해봐도 전문가가 인테리어 디자인했다는 이야기 외에 로고에 관한 언급은 없다. [coffee and a]와 로고의 형태는 상관 관계가 없어보인다. 그렇다고 미술이나 피카소에 관..

지하철 광고 욕망의 주소

지하철만큼 광고가 난무하는곳도 없다. 열차 내부는 출입문 문, 천정 짐칸 부분, 걸개식 배너.. 외부에 안전문이 생기자 그 틈을 비집고 광고로 전체 문을 래핑해버리게 되었다. 가장 많은 대중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기도 하고, 욕망을 담는것이 광고임을 익히 아는바.. 내 눈엔 족족 '성형'광고가 눈에 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성형광고가 많다...가 아니라 이게 점점 도를 지나친다는 거다. 한국은 성형수술 권하는 나라다. 광고를 보고 있자니 현재 대한민국의 상태가 보인다. 섬득하리 만큼 자극적인 문구는 물론이고 각종 시술 및 수술법의 다양함도 더불어 의학지식이 늘어나고 초상권 대신 무료 수술을 받았을 듯한 적나라한 수술 전후 사진 모델의 강력한 수술에의 욕망과 더불어 뒷통수가 납작한 것도 수술해야 하는 ..

오오 나는 얼마나 많은 낙태를 했던가

최카피 샘의 첫 수업. 다들 책 하나 내보겠다고 시간을 할애해 온 사람들인 바. 흔하디 흔한 삼다 이야기를 들어주신다. 중국의 문장가 歐陽修(구양수)가 글 잘 짓는 秘訣(비결)로 三多(삼다)를 든다. 다독 다작 다상량 (多聞 多讀 多商量)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한다. 라고 다들 알고 있지만 본래의 뜻은 조금 다르다. 많이 읽고, 많이 메모하고, 생각을 가미하여 쓴다는 뜻이다. 구양수는 작가가 아닌 문장가다. 《구양문충공집》153권의 전집을 냈다는 것을 미루어 많은 읽음과 메모 끝에 생각을 더한 글을 써내었다고 볼수 있다. 모두 새로운 글을 창조해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팁 세가지. 첫번째, 많이 읽는다. 영화의 편집기법에서 차용해 몽따주 기법의 책과 미장센 기법의 책 두가지..

카피만으로 예매를 부르는 영화

'나는 완주해서는 안되는 국가대표 마라토너 입니다.' 머 이런 비논리적인 문장이 다 있어. 처음에는 김명민의 서글한 눈빛을 마주했고, 두번째 들어온건 위의 카피였다. 그리고 아래 나머지 텍스트가 들어왔다. 페이스 메이커. 30km까지 우승후보를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 비로소 미묘한 감정을 담은 표정이 이해된다. 그것은 역설의 표정이다. 마라톤의 본질은 42.195km를 완주하는데 있다. 자기와의 긴 싸움. 마지막 한방울 까지 쥐어 짜서 결승에 들어오는 게임. 그러나 마라토너인 페이스 메이커는 완주해서는 안된다. 또한 국가대표이지만 승리를 목표로 선발된 국가대표가 아닌 역설. 일등을 해서는 안돼는 국가대표. 포스터 한 장으로 영화 내용을 다 알것 같지만 그래서 더 보고싶어지는 영화다.

작명 추가, 트래블 휴~

지난 번 모구모구 타이베이에 이어 센티의 작명 작업에 하나 추가 되었다. 쉽과, 여행을 결합해서 이름을 만들고 싶은데 뭐가 없을까? 우선 웹사이트 도메인을 영문으로 따야 하니 우선 영단어로 접근해본다. 트래블, 레스트, 리프래쉬...투어, 트립, 한자로 휴.... 휴랑 트래블... 담당자와 함께 지나가는 말을 있는대로 조합해보다가 휴트래블은 좀 어감이 않좋으니 휴를 뒤로 붙이자. 트래블, 휴~~ 숨도 조심조심 쉬었 딱딱한 공기에서 폐에 신선한 공기 가득 빵빵하게 채워넣고 한번에 휴~ 내쉬는 것처럼. 안정적인 숨을 고르는 느낌이지 않아? 그리고 반년 후. 트래블 휴가 내 눈 앞에 나타http://travelhyu.com/났다. 무형의 창작이 보이는 결과물로 나오는 상태. 이럴 땐 기분이 좋다. 사례를 받는..

구멍가게에도 전문성은 있다

지하철을 지나면서 보게되는 흔한 꽃집. 가장 눈에 들어온건, 획이 떨어져나간 큰 간판도 아닌 '100송이 전문' 이라는 글자다. 작은 구멍가게가 전문가게로 업그레이드 되는 순간이다. 지하철로 출퇴근 하는 시민들은 비오는 수요일엔 100송이 전문 꽃집에서 연인에게 줄 빨간 장미 백송이를 준비할지 모른다. 나는 무슨 전문성을 가졌는가. 많은 재료와 재주 중에서 가장 강점으로 꼽을 수 있는게 무엇일까. 꽃집 간판을 보면서 오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