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276

외국인 친구 사귀기

글로벌 시대를 살기 때문에도 아니고, 갑자기 영어를 잘해야겠다 욕망이 든것도 아니다. 생각한 바를 하기 위해서 커뮤니티 깊숙한 곳에 들어는 가봐야겠다는 판단에 오늘 드디어 용기를 내어 랭귀지 캐스트에 갔다. 랭귀지 캐스트는 언어교환 커뮤니티로 한국에 거주중인 외국인들과 한국인들이 만나 친구도 사귀고 언어도 배우는 곳이다. 내 평생 이토록 낫선곳에 제발로 가본적이 얼마나 있던가. 미안하지만 단어로 이뤄진 막문장으로 철판깔고 대응하자. 피아노에, 랩에, 소프트웨어 솔루션 업체의 대표이면서 카이스트 학생이기도 한 헤리. 마이티 황과 한참을 이 테이블에서 비트박스와 힙합공연을 해주었다. 처음만는 사이에 참 죽도 잘 맞는 고나. 지난 번에 본걸 기억하고 맞아준 프랑스에서 온 스테파니. 고새 한국어가 많이 늘었네...

망상일기를 작성하자

내가 책상 위에서 주로 하는 일은 '망상'이다. 이거 하면 어떨까, 저거 하면 어떨까. 생각은 꼬리를 물다가 어떤것은 행동으로 옮겨 실현되고 어떤 것은 그냥 사라진다. 절반 이상이 생각으로 사라지거나 남은 반이 실천을 망설이다 사라지는 것을 보다가 망상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망상을 흘려보내지 말고 적자. 기록이 남으면 보겠지. 보면 하게 되겠지. 그 첫번째 망상일기는 상추쌈 프로젝트를 만들고 이곳에 진행 하기로 했다. 아이디어 생각나는 대로 실행하면 아마 지금쯤 대박났을거야....

너무 다양해서 불친절한 메뉴

배고파서 들어가서 6페이지나 되는 메뉴판을 뒤적이다가 뭐가 뭔지 몰라서 포기. 생선초밥도 생선알 6알+유부4알은 A세트 생선만 있는건 B세트인데 생선이 더 많은건 정식세트라고 하고... 스페셜과 정식의 차이도 잘 모르겠는데다가... 주문서에 체크할 요량으로 주문서를 들여다보니 총체적 난관일세. 이건 가나다 순도 아니고, 그룹별로 표시를 해주든가. 저 배열의 규칙은 무엇인란 말인가. 수많은 메뉴를 보자 숨이 막힌다. 그냥 순두부 집이나 갈껄.....

국민도서관 책꽃이 키핑하기

3월 봄철 이사를 앞두고 제일 고민인 것이 책...이었다. 이사할 곳은 간결하게 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칠 때 그때도 방해가 되는 요인은 바로 책...이다. 읽을 책은 주로 구매하고 어쩌다 얻어 걸리는 책도 웬만하면 버리지 못하는 터라 좁은 방은 점점 좁아진다. 한동안 알라딘 중고 서비스를 이용해 40권 정도 팔았었는데 웬지 내 손이 탄 책과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듯해서 아쉽긴 했다. 그런 맘을 알아차렸던가. 국민도서관 책꽃이(이하 국책 http://www.bookoob.co.kr)라는 서비스가 나타났다. 나처럼 책을 맘놓고 꽃아두지 못하는 좁은 공간을 가진 사람이자 책을 팔거나 버리기에는 죄책감마저 느끼는 섬약한 정신의 소유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서비스이다. 일단 책장에서 뺄놈들을 뺐다. 100여권이 좀 ..

닭발 트라우마

나는 닭발을 못먹는다. 까탈스러운 취향 때문은 아니다. 어릴적 받은 충격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이유인듯 하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경동시장이었나... 조모(祖母)는 멀리 장보러 시장을 가자고 했다. 봄날, 나들이하듯 나는 조모의 손을 잡고 나풀거렸다. 부친의 디스크병에 특효가 될 '지네'를 파는 곳은 거기라고 했다. 꽃무니 원피스를 입고 나들이에 나선 발걸음따라 온갖 과일과 나물들 먹을거리들이 지천에 널렸다. 눈이 쉴세라 그 곳을 다 지나자 음침한 구역이 나왔다. 리어카에 가득 쌓인 검은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통째로 그을려 혀를 빼물고 이를 드러낸 개들 수십마리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한 구역에는 생선 대가리와 내장이 내 키높이만큼 쌓였다. 퀘퀘한 시멘트 표면과 항상 축축한 상태로 ..

돈을 받아 마땅하다 - codiqa 서비스 사용후기

모바일 여행정보 앱을 만든다고 PPT로 스토리 보드를 그리자니 귀찮고 모바일 목업 지원하는 서비스를 찾아 Friends들에게 SOS를 날려본 결과 mockflow 과 balsamiq 과 codiqa 를 추천받았다. 개중 앞의 두 서비스는 써본적이 있었으나 모바일 보다는 웹사이트에 최적화 된듯 하여 패스하고 codiqa 서비스 사용기를 남긴다. http://codiqa.com 여기에 회원 간단한 회원 가입을 하면 회원 등록하면 개인으로는 30일간 무료로 서비스 이용할 수 있다. 01. 페이지 만들기 빈페이지를 등록해서 설계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페이지 이름을 구별하기 쉽게 앞자리에 번호를 붙였다. 02. 모바일 설계가 편한 직관적인 UI 모바일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콤포넌트들. 이미지는 외부링크로..

국철에서 만난 우연한 죽음

서울에서 충청도까지 연결해주는 대한민국 지하철. 어제는 충청도로 전차를 타고 소풍을 떠났다. 소풍의 목적지는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 말이 소풍이지 목적은 지인과 봄날의 수다였다. 한참 수다를 떨고 있는데 천안역을 몇 정거장 앞두로 열차가 덜컹 멈춰버렸다. 우리는 열차의 맨 앞에 탑승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 기관사실 문을 벌컥 열리더니 붉게 상기된 얼굴의 기관사가 나와 맨 뒤 차량으로 달려갔다. 예상치 못찬 시간에 엉뚱한 장소에서 알수 없는 이유로 갖혀있는 동안 약간의 불안감과 답답함을 달래며 달릴 때는 안전과 보호의 의무를 하던 문이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탈출의 대상이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루함을 달랬다. 게다가 우리는 오랜 시간을 서서 왔기에 달리지 않는 차량에서 서 있기는 더 괴로웠다. 곧 기관..

내 귀에 맥박

왼쪽 귀에 이상 신호가 온다. 조용한데 있으면 귓속에서 맥이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 턱을 움직이면 귓속의 막이 울리는 느낌. 견고해야할 막이 습기를 머금고 할렁해진 느낌. 마치 장마철 물먹은 북처럼... 올해 1월 2일에 기록해둔 귓속 증세다.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내 귀에 맥박소리가 잡힌다. 슥슥...슥슥...분명 귀 안쪽 어딘가에 혈류가 지나는 소리다. 맥을 짚어보면 얼추 비슷하다.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무뚝뚝한 닥터는 3일치 약을 처방해 준다. 지난 번 목감기 증세로 찾았을때도 말을 아끼는 닥터의 성향을 아는지라 묵묵히 나왔다. 삼일 신경써서 약을 챙겨먹었으나 증세는 나아지지 않는다 두번째 방문에서도 같은 처방을 받았고 여전하다. 이명증으로 고통받는 분의 소개로 명동의 한 병원을 ..

쫄라면

분식집에서 간단한 요기를 할 요량으로 메뉴판을 훑는다. 벽 한바닥에 촘촘히도 메뉴가 써있다. 그 가운에 처음 보는 메뉴가 들어온다. 쫄라면, 저건 뭐지?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분식집에서 새메뉴라도 개발한건가? 쫄볶이는 쫄면을 볶은것이고 쫄라면은 라면국물에 쫄면이 들어간 것 아닌가. 얼큰한 국물에 꼬불거리는 라면대신 쫀득한 쫄면발이면 좀 새롭겠네. 싶었다. '쫄라면 주세요' '저기, 쫄면이 더 맛있을건데요.' 연변말씨를 쓰는 아가씨가 조심스레 대답한다. '네? 쫄볶이인거에요? 무슨 양념요?' '그냥 쫄면인데 면만 라면이에요.' 굳이 저리 권하는데 쫄라면 고집피우고 후회하지말자싶어 쫄면을 시켰다. 늘 맛보던 쫄면 면발을 끊어먹으며 생각한다. 쫄라면은 그럼 이 고추장 양념에 라면발을 삶아 넣었다는 거구나. 그..

직딩이여, 점심에 소풍을 떠나라!

내 뒤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회사 이전으로 용산으로 출근한 게 벌써 8개월째다. 이 주변에서는 어디로 보나 남산타워가 보인다. 너무했다. 서울의 상징 남산타워를 그렇게 무시했다니. 서울에서 태어나 서른하고도 몇 년을 서울을 벗어나 살아본 적이 없음에도 서.울.촌.사.람인 나는 용산구에 무슨 동네가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회사의 주소지가 갈월동이니 그것만큼은 기억하는 정도. 어느 날 '후암동'을 알게 됐다. 미끈한 여자대학의 거리에서 탄 마을 버스는 끝도 없이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면 거기에 남산타워가 내려다보고 있다. 해가 지고 발 아래로 야경이 펼쳐지는데 끝내주게 멋있었다. 이런 길을 두고 지하로만 다녔다는 거야? 오늘 점심시간에는 남다를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다. 한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