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276

칼국수, 비오면 못먹는다는거냐 비와야 먹는다는거냐

부산가면 가끔씩 들리곤 하던 구포밀면집. 유달리 눈에 띄던 문구. - 칼국수는 오후 1시 이후부터 됩니다. 오후 1시 이후부터 제공된다는건 알겠다. 밀면과 만두만으로도 늘 만원인 주방에 아침부터 칼국수 주문을 받으면 효율이 떨어질수도 있겠다. -단, 우천시 제외. 비가 오면 칼국수는 주문이 불가능하단 것인가, 아니면 오후 1시 이전부터 칼국수를 먹을수 있다는 뜻인가? 아침부터 비가오면 뜨끈한 국물을 생각하는 고객들을 위해 귀찮지만 준비해주겠다는 뜻인가? 혹은 밀면보다 더 수요가 높을 듯한 뜨끈한 국물이 있는 칼국수를 아침부터 팔면서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지인가. 혼자 궁금해 하다가 물어보고 말았다. "저거 아침부터 비오는날 칼국수를 주겠단거에요, 아님 주문 안받는다는 거에요?" "비오면 안나와요." 하도 ..

난 버스가 타고싶어

기회일수도 있는 어떤 틈을, 눈을 빤히 뜨고 안한다. 놓친다는 표현은 옳지 않다. 쥐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그래놓고 자학한다. 후회는 아니다. 후회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오면 절대 같은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동반한다. 그러나 나는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어도 눈을 빤히 뜨고 놓을것이다. 그래놓고 자학 직전까지 간다. 자학은 옳지않아, 그 생각을 떨치고 싶어, 오랜 선배에게 전화한다. 성심성의껏 듣고 이윽고 그녀, 한마디 한다. 넌, 버스가 타고 싶구나. 지하철을 타면 목적지에 더 빨리 갈 수 있는걸 안다. 그런데도 굳이 버스를 탄다. 그리고 버스를 탄 채로 '아, 지하철을 탔으면 벌써 도착했을거라' 생각하며 답답해한다. 그럼에도 다음에 지하철과 버스가 오면 넌 또 버스를 타겠지. 버스를 타고..

기침감기와 볶은김치의 경계에서

열 다섯 살인가? 신학기 교복을 입고 복도로 난 창에 매달려 피고지는 목련을 바라봤다. 소녀의 감수성으로 감탄이라도 했으련만 감탄할 목소리가 없었다. 그때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목이 하얗게 쉬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입모양으로 말을 하다 의사전달이 안되면 쇳소리를 내었다. 일주일가량 입을 다물고 살았더니 언제그랬냐는듯 목감기 증세는 사라졌다. 그 뒤로도 아주 가끔 이런 목감기 증세는 나타났고 그때마다 목련이 보였다. 봄날의 황사로부터 나의 기관지가 못견뎌했다는 것으로 결론내린다. 목련을 보면, 감기가 오기도 전에 나는 목이 아프다. 대찬 기침감기가 올 봄에도 찾아왔다. 목 감기 대신 기침을 달고 왔다. 끈적끈적한 무엇인가 콧속과 목구멍 저 안쪽에 그르렁된다. 심장이 뻥 뚫릴만큼 아리..

봄비 내리는 날 퓨전 판소리 한마당 프로젝트 락의 '판소리 5바탕전'

조연심 대표님의 소개로 오늘 국악계의 젊은 피를 만났다. 판소리와 락을 결합해 판소리의 재해석을 선보이는 퓨전 국악그룹 '프로젝트 락'의 공연을 봤다. 전반적으로 기획이 참 끌리는 공연이었다고 할까. 비오는 날임에도 공연보러 온 관객이 많았다. 10명이 되는 팀들이 공연 중간중간 곡의 유래와 음반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었다. 스스로 '청년실업'이라 칭하며 자조적 웃음을 주기도 했으나, 음악을 향한 그 열정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고전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는 점. 그 기획이 무척 신선했다. 돈주면 아빠요, 돈안주면 나빠요~ 이시대 가장의 애환을 매품을 팔아가며 식솔을 거두는 흥부가부터, 거지꼴로 나타난 이몽룡이를 보며 차라리 사또한테 갈까 계산기 두드리는 춘향이까지, 꽤 재미나게 에..

메리케이 김영미 뷰티컨설턴트와 함께한 봄맞이 피부관리

나는 피부에 돈과 시간 투자는 하지 않으면서 피부는 좋기를 바라는 순전한 도둑심보의 소유자다. 게다가 최근엔 바르던 기초 화장품도 똑 떨어진 터라 세안 후 당기는 피부를 개기름이 낄 때까지 기다리는 무식함의 극치를 달렸다. 그런 내가 메리케이 김영미 뷰티컨설턴트의 초대로 사무실에 다녀왔다. 피부타입 점검도 하고 메리케이 제품 체험도 해보는 시간이었다. ▲ 피부원리에 대해 설명 중인 김영미 뷰티컨설턴트 여자 셋이 앉아 서로의 피부를 봐준다. 짙은 화장은 피하고 썬크림, 비비크림 정도만 바르는 옅은 화장을 하는 여성들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피부타입을 자가진단표로 체크해본다. 모공, 건조함, 잡티는 모든 여성의 공통적인 고민일테고 우리 또한 피해가지 못하는 고민이었다. 김영미 컨설턴트가 진단한 바도 비슷했다...

책 사모으기, 알고보니 허영이었다.

근 일년간 3번의 이사를 경험하면서 가장 골치아팠던게 책이었다. 서재를 이룰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가구가 없는 1인 살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책은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첫번째 이사를 할때는 꾸역꾸역 옮겨다가 조그마한 방에 쌓아두었고, 다음번 이사를 할 때는 옮길때의 마음과 달리 책장 한번 넘겨보지 못한 책들을 어찌 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무슨 심리인지 책을 처분한다는것은 나에겐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다. 다음 이사를 해야 할 때 나는 과감히 처리하기로 한다. 언제 내 손에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내 책이 나의 소유인채로 남의 손에 맏겨지는 것을 선택했다. 책의 소유권을 보장한채, 남의 서가에 꽃아두고 타인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공유경제 서비스가 심심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2012/03/12 - [일..

협력적 화음에 관하여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연주된다. 연주 초반 지휘봉을 따라 일시에 움직이는 현악기가 내는 음을 가만 들으며 눈으로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현을 켜느라 분주한 현악파트 넘어 맨 뒤 가운데, 팀파니스트의 단정히 모은 두 손이 보였다. 굳건한 깍지. 한 시간 반 동안 그이는 몇 분이나 연주에 가담할 수 있을 것인가. 제일 심심할 것 같은 연주자. 가운데 덩그러니 서서 저 사람은 연주 내내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움직임 없는 관악기 파트가 보인다. 그리고 곧 관악이 음의 풍성함을 더하고, 팀파니의 웅장함이 가세하여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현의 화음에 관의 화음을 얹고 타악기로 방점을 찍기 위해 그들은 기다렸다. 두 손을 모으고, 악기를 꼭 쥐고, 지휘자의 지휘봉 끝을 보며 ..

창업을 해보고 얻은 교훈

주식으로 몇년 벌어놓은 저축을 다 까먹고 나서야 그것이 후불제 수업료였음을 알듯. 떠밀리듯 창업을 해보고 나서야 비싼 교훈을 얻는다. 1. 판은 내가 짠다. 2. 씨드머니는 반드시 내 돈으로 3. 한곳에 모여 일한다 이 세가지 중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은 창업을 나는 했었다. 그리고 꽤 빠른 시간에 홀로 남게 결정되었다. 평생의 교훈이어도 될 너무도 귀중한 수업이었고,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도 깨닫고야 마는 시간이었다.

홍대앞 고양이 오늘은 떨고 있니?

일전에 홍대근처에서 고양이 탈을 쓴 알바생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2012/04/29 - [일상 발견 다반사/일의 발견] - 재치있는 놈이 편하게 일한다 오늘은 이러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있다 간헐적으로 바르르 떨어준다. 그때 본 녀석과 같은 탈 같다. 시간당 페이를 줘야 하는 주인이 보면 뭐라고 할까. 업무태만이라고 당장 자를까? ㅎㅎㅎ 그런데 10대, 20대 여자 아이들 반응이 참 재밌다. '어머, 귀여워' , '아아, 정말 떠네 춥나봐, 어떻게...' 어떤 애들은 가서 안아주기까지 한다. 이런 반응을 보면 그가 들고 있는 고양이 카페의 홍보효과는 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저건 고도의 전략인가 싶기도 하네. 알바의 나태가 전략이 된것인가, 진짜 전략인가 헛갈린다. 오늘 날이 춥긴 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