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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책 사모으기, 알고보니 허영이었다.


근 일년간 3번의 이사를 경험하면서 가장 골치아팠던게 책이었다.
서재를 이룰만큼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가구가 없는 1인 살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책은 최대의 고민거리였다.
첫번째 이사를 할때는 꾸역꾸역 옮겨다가 조그마한 방에 쌓아두었고,
다음번 이사를 할 때는 옮길때의 마음과 달리 책장 한번 넘겨보지 못한 책들을 어찌 해야 할까 고민이었다.
무슨 심리인지 책을 처분한다는것은 나에겐 매우 생소하고 어려운 일이다.
다음 이사를 해야 할 때 나는 과감히 처리하기로 한다.
언제 내 손에 들어올지는 모르지만 내 책이 나의 소유인채로 남의 손에 맏겨지는 것을 선택했다.
책의 소유권을 보장한채, 남의 서가에 꽃아두고 타인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공유경제 서비스가 심심한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2012/03/12 - [일상 발견 다반사/생활의 발견] - 국민도서관 책꽃이 키핑하기

또 이사를 해야 하고 이번엔 정말정말 이성적인 이유로 책을 처분해야 한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이사때마다 낑낑대며 버리지 못해 끼고 있었던 책들을 하나씩 살펴봤다.
구입한 날짜를 책표지에 써놓는 습관이 있어 날짜 확인이 가능한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대부분 그냥 쓱 한번 읽고 말았다.
게다가 장식용 책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아무도 보지 않았으나 나는 보여주려했던, 이른바 '지적허영'을 자극하는 책이 깔끔함을 자랑하고 있다.
손때가 묻어야 그 책은 책으로서 기능하련만, 나의 서가에서는 그들은 깔끔한 외모로 주인의 선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을 뿐.

그 허영들은 그냥 고이접어 날리기로 했다.
다행이 중고장터도 있어 짭짭한 수익금을 벌수 있었고, 전자책도 보편화 되었고,
이젠 구청도서관도 10시까지 열람실을 연장 운영까지 한다고 하니 더 이상 책을 쌓아놓을 변명꺼리도 없어졌다.
더이상 책을 사놓고 '언젠가는 보겠지' 하는 심산은 없애도 되었다.

나의 허영, 나의 오기, 나의 청승. 이사와 함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