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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기침감기와 볶은김치의 경계에서



열 다섯 살인가?
신학기 교복을 입고 복도로 난 창에 매달려 피고지는 목련을 바라봤다.
소녀의 감수성으로 감탄이라도 했으련만 감탄할 목소리가 없었다.
그때 나는 목소리를 잃었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목이 하얗게 쉬어 말을 할 수 없었다.
입모양으로 말을 하다 의사전달이 안되면 쇳소리를 내었다.
일주일가량 입을 다물고 살았더니 언제그랬냐는듯 목감기 증세는 사라졌다.
그 뒤로도 아주 가끔 이런 목감기 증세는 나타났고 그때마다 목련이 보였다.
봄날의 황사로부터 나의 기관지가 못견뎌했다는 것으로 결론내린다.
목련을 보면, 감기가 오기도 전에 나는 목이 아프다.

대찬 기침감기가 올 봄에도 찾아왔다.
목 감기 대신 기침을 달고 왔다.
끈적끈적한 무엇인가 콧속과 목구멍 저 안쪽에 그르렁된다.

심장이 뻥 뚫릴만큼 아리게 기침이 나오고,
기침은 온 몸을 쥐어 짜는 것이어서 특히 배의 반동이 가장 필요한 기침이어서,
나는 기침 덕에 복근이 생길 것 같은 의미로 복근기침이라 불렀다. 

이 상태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근기침 증세를 설명하다보면

어느새 볶은김치가 되는 한글의 오묘한 조화를 깨닫고 웃게되는 것이다.  


짙고 끈적한 노란 가래를 뱉아냄으로 지긋지긋한 기침감기도 그제야 이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