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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내 귀에 맥박




왼쪽 귀에 이상 신호가 온다. 조용한데 있으면 귓속에서 맥이 뛰는 소리가 들릴 정도.
턱을 움직이면 귓속의 막이 울리는 느낌. 견고해야할 막이 습기를 머금고 할렁해진 느낌.
마치 장마철 물먹은 북처럼... 
올해 1월 2일에 기록해둔 귓속 증세다.

소음 하나 없이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내 귀에 맥박소리가 잡힌다.
슥슥...슥슥...분명 귀 안쪽 어딘가에 혈류가 지나는 소리다.
맥을 짚어보면 얼추 비슷하다. 

근처 병원을 찾았더니 무뚝뚝한 닥터는 3일치 약을 처방해 준다.
지난 번 목감기 증세로 찾았을때도 말을 아끼는 닥터의 성향을 아는지라 묵묵히 나왔다.  
삼일 신경써서 약을 챙겨먹었으나 증세는 나아지지 않는다
두번째 방문에서도 같은 처방을 받았고 여전하다.

이명증으로 고통받는 분의 소개로 명동의 한 병원을 찾았다.
나는 첫번째 환자였는데 십여분의 기본 검사는 마치고 나서야 닥터와 마주 앉았다.

그러고 20여분간 이명증의 다양한 원인과 사례를 들었다.

결론은 '자연스럽게 생긴거니 신경 안쓰면 자연스럽게 나아질거다.
기본 검사로는 이상소견은 없다'이다.
지금까지 진찰을 받아본 의사중에 단기간에 가장 많은 단어를 쏟아낸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말하기를 무척 즐기는 듯한 저 사람이 의학도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아침 첫번째 환자여서일지도 모르겠으나 이십여분간 심리치료를 받고 나온 것 같았다.
환자가 의사에게 기대하는 것은 상담을 통한 신뢰구축 위의 치료다.

말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소통하는 직업을 갖기 참 고역이겠구나 싶다.

말을 아끼면 아무리 훌륭한 약을 써서 낫는다해도 명의라는 소리만큼은 아끼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