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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시춘(片時春)

인생살면서 배우고싶은 것들을 죽 생각해봤는데 그 중 하나가 판소리라. 그런데 그건 아직 알아보지도 않았어. 지금 넘보기엔 너무 시건방진 것 같아서. 나이가 좀 더 먹고나서 사십쯤 되어야 배움을 청할 수 있을것 같아. 판소리만큼 연륜이 배인 사람의 소리가 있을까. 저런 시조가락 읊을 연륜 한자락을 내가 가지고 있을라고... 판소리만큼은 얇은 감흥으로 꾸미는 것은 통하지 않을듯 하기에 편시춘(片時春) 판소리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전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단가로서 중모리장단의 남도 소리곡조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아서라 세상사 쓸데 없다.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편시춘(東園挑梨片時春) 창가소부(娼家少婦)야 웃들마라 대장부 평생 사업 연년(年年)이 지나가니 동류수(東流水) 굽이굽이 물결은 바삐바삐 백천이 ..

일상의 기록 2010.10.25

서편제

#1 얼마전 뮤지컬 서편제 공연을 보다. 잔잔한 파장이 느껴졌다. 내용의 비장함에 동화되는 면도 있었지만 십수년 아껴왔던 작품이 다시금 새로운 장르로 선보이는 또다른 서편제를 보니 감회가 새로워서이다. #2 16살 중학교 졸업무렵. 어중간한 봄학기를 교실의 VTR시청으로 때우던 때였다. 교육적이라 판단했던지 학교측에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선택해 시청케했다. 그 당시 한국영화 최초의 1백만 관객동원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형식적으로 등교하고 대부분 수다나 낮잠으로 보내던 며칠마냥 지루하게 흘러가는데 그날따라 영화 서편제는 소란스런 적막감을 뚫고 내 마음에 들어왔다. #3 3년 후. 수능을 마치고 진로가 각지 정해져 학교에 더이상 볼 일이 없을 때가 왔다. 등교의 목적이 없는 ..

일상의 기록 2010.10.25

구전문화에서 찾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몆 주 동안 내 정서를 지배하는 서편제. 영화에서 그렇듯 뮤지컬 서편제에서도 클라이맥스는 심청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다. 수십년간 떨어져 서로 그리워하던 남매의 상봉은 죽은 줄로 알았던 심청이가 심봉사의 극적인 상봉과 오버랩된다. 대부분 관객들은 차곰차곰 적셔왔던 눈물을 이쯤에서 부터는 수도꼭지 터지듯 쏟아내게 되어있다. 음악마져 좋아 ost까지 구매하여 들다가 서편제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 즈음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 (중략) 아뢰리다 소맹인 아뢰리다. 소맹인 사옵기는 광주토화동 고토읍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을 산후달로 상처하고 철모르는 딸자식을 강보에 쌓아서는 안고 이집저집을 다니면서 동냥젓을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내어 십여..

[타이베이] 도시남녀의 야시시(夜時始) 타이베이

매년 이맘때쯤 전직원이 해외로 워크숍을 간다. 물망에 오른 여러 지역 중 익숙하진 않지만 은근히 친밀한 지역인 대만이 1순위로 올랐다. 거래처분들, 직원들의 부모님 등을 초청하여 연회장에서 식사와 함께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특히 올해는 창립 10주년이라는 의미가 각별한만큼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잘 꾸려가기 위한한 다짐의 자리였다. 그리고.... 대만이라는 새로운 지역을 샅샅히 들춰보고 후기를 작성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진다. 이미 여행의 고수들인 여박이들의 주 업무가 새로운 여행지 발견해내고 상품도 소개하는것이 평소 업무인지라... (못믿겠으면 다음링크를 참조하시라. 우리는 놀지 않았다. 우리는 진짜루 일을 했다니깐 [링크]) 또한 매우 즐겁게도 잘 지은 여행기를 선별해 ..

니꺼여도 그럴래?

사람만큼 이득에 민감한 존재는 없다. 손해를 감지하는 세포는 어찌나 발달했는지 돌기하나까지 섬세하다. 월급생활자인 나의 눈에 비친 직장인 대부분의 태도는 이렇다. 월급받는만큼만 일하겠다는 태도를 보게된다. (한때 나도 그랬다.) 그보다 더 일을 한것 같으면 억울하고, 손해본 느낌에 못견디는 것. 그러나 대우는 조금 더 받고 싶은것. 돌이켜보니 그것만큼 무모한 타협이 있었을까 싶다. 보여준것은 없으나 연봉을 더 높여주면 잘 할수 있을것이다? 그 전엔 받은만큼만 일하겠다. 주는만큼 일하겠다고 마음. 그런 자세를 나는 '셀러리 마인드'라고 이름붙였다. 일터에서 보내는 시간 9시간. 하루의 1/3이 훌쩍 넘는다. 그 일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부분 크다. 그 시간이 나를 만드는 시간이고 그 시간은 나를 키워야 ..

개발자들의 만담로그; 사이트점검시간에 부쳐

이시간, 집에 안가고 사무실에서 뭘 하고 있나. 사이트 서버 점검, 데이터 백업을 위해 개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이 시간 조용히 키보드소리만 나는 가운데 나는 눈꺼풀에 졸음을 가득 달고 있다. 실무적인 일을 하는것은 아니나 그래도 같이 앉아 자리는 지키고 싶다. 이런 때에 서핑하기 참 좋은 사이트. 코딩생활 (http://deving.net) 개발자들의 만담로그를 담은 이라는 블로그인데 꽤 센스있는 만담꾼이다. 웹과 무관치는 않은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고 있어 키득거리면서 눈팅한다. 한동안 폭발적인(?) 참여를 일으킨 포스트 하나소개한다. 개발자들의 애환을 시로 승화시킨 패러디 시 모음. 개발자는 아니나 나도 참여했다. http://deving.net/99?commentId=292#comment292

일상의 기록 2010.09.17

컬투어, 내가 바라보는 문화여행

어느 날부턴가 미니홈피와 블로그 등 개인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는 미디어로서 도구가 등장했다. 싸이질과 블로그질이 유행이 되었고 모두 인터넷 공간에 그들의 이야기를 쏟아내기 바빴다. 그리고 그 행위는 자연스러운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가 되었다. 엄청난 전파속도와 속도전에 개중에는 책을 펴내고 방송을 타는 등 블로거 스타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여행이 좀더 자유스러워지고 보편화 되면서 위와 같은 개인 미디어와 결합하여 개인들이 만든 콘텐츠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같은 변화에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는 스팟정보 소개사이트들이 나타났다. 이른바 웹 2.0이라 불리는 원래부터 있었던 웹이라는 특성에 숫자를 하나 붙이어 새로운 유행병처럼 번져갔다. 좀 나간다 하는 여행사들도..

Club Tour 아이디어 배경

내 평생 '클럽'이란곳은 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 부산 해운대 클럽을 운영하는 분을 알게 되어 한번 놀러오라는 말에 방문했다가 새벽까지 날을 새는 기염을 토했다. 그래봐야 음악듣고 까딱대다 온게 다였지만. 클럽에대한 편견이 높았고 주변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 편견 그대로 유지한채 평생 클럽 근처에도 방문할 일은 없었을거다. 그후로도 서울의 클럽에 방문할 용기는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같이 가자고 제안도 못할 얌전이들만 있다. 국내를 포기한 대신 해외 원정 클럽투어를 만들고 싶었다. 명절이면 해외로 도피성 휴가를 떠나는 솔로족들도 있고 혼자 가느니 동행자들이 있으면 더 좋을거고 이왕이면 혼자가기 뻘줌한 곳이 한군데 있으면 더 좋을것 같았고.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쯤이면 소위 '클럽'이..

알까기; 컨셉만 잡으면 나머진 쉽다.

한때 전국민을 알의 세계로 전도한 TV프로그램이 있다. 얼핏보면 바둑 대국을 펼치는 장면 같지만 똑 떨어진 1:1 비율의 가리마를 타고 게다가 어깨까지 오는 생단발머리를 한 최양락의 방정맞은 해설하며 규칙적인 배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흑백이 어지럽게 흩어진 대국판. 이거 뭔가 수상하다. 더군다나 바둑판 위의 알들이 튕겨질때 쯤 시청자들은 뒤집어지고 만다. 유명 연예인이 나와 시종 심각한 표정으로 손가락 운동을 하고 있으니. 이 프로의 웃음은 바로 심각성에 있다. 그러나 이 원칙은 아무런 강제행위가 없다는것이 아이러니다. 말을 한다고해서 벌칙을 받거나 패널티를 당하지 않는것이다. 개그프로라 할지라도 대국규칙과 전문용어가 존재한다. 흑,백 8개의 알로 대국한다. 손가락을 사용하여 알은 튕겨서 상대의 알을..

커뮤니케이션의 곤혹스러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스킬,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커뮤니케이션이 난무하는 시대, 소통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가장 객관적일 수 있는 언어가 과연 객관적인 사실을 얼마나 진실에 가깝게 전달할 수 있을까?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관련 강의를 들으며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우리의 말을 타인이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 우선 간단한 실험을 했다. 두 명이 짝지어 앉은 테이블에 각각 종이 두 장씩을 나눠준다. 동그라미 세개 ○○○ 네모 세개 □□□ 세모 세개 △△△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다. 단 혼자만 보고 상대에겐 노출하지 않는다. 형식과 크기의 제한은 없다. 잠시후, 옆 짝에게 자기가 그린 그림을 말로 설명하라는 미션을 받는다. 순간, 나는 복잡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