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차가운 봄 보슬비가 내렸다. 4월도 마지막주로 치닫고, 얼마전 집 앞에서 무심히 발견했던 벚꽃을 언제 다시 보겠나 싶어, 나갔다. 바람이 흔들때마다 비에 젖은 나비의 날개처럼 애닯게 추락한다. 아스팔트 위에 나의 한숨을 더한다. 마침 알맞은 음악이 곁에 있어주었다. 뺨위로 떨어지는 젖은 벚꽃잎의 차가운 서늘함이 어디 겨울 눈송이에 비견하랴. 올해도 여전히 벚꽃이 전부라던 진해를 못가본 채, 그놈의 벚꽃타령도 이걸로 끝이다. 산협의 노래 - 오장환 이 추운 겨울 이리떼는 어디로 몰려다니랴. 첩첩이 눈 쌓인 골짜기에 재목을 싣고 가는 화물차의 철로가 있고 언덕 위 파수막에는 눈 어둔 역원이 저녁마다 램프의 심지를 갈고. 포근히 눈은 날리어 포근히 눈은 내리고 쌓이어 날마다 침울해지는 수림(樹林)의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