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나탈리 포트만의 연기와
클라이막스에서 보여주는 매혹적인 시각 효과도 있겠지만,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 대한 한탄에 진을 뺐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해야 하는 자가 느끼는 두려움. 이라 말하기엔
영화가 너무 강렬하다. 데미안을 인용하자.
'새는 알로부터 나오려고 싸운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그래야 약하고 연약한 나탈리포트만의 살갖을 뚫고 나오는 검은 백조의 깃털을 말할 수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 검은 백조의 본성과 싸우는 동안
나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 대한 귀찮음을 가장한 두려움
확신할 수 없어 두렵지만 욕망하는 세계.
검은백조를 욕망하듯 내 안의 기질적 욕망을 헤집어 본다.
그리고 어느날은 비집고 나온 본질적 욕망에 스스로도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숨기듯 내 안에 담고 사는 것.
이 째째한 욕망은 현실과 어찌나도 잘 합일하는지.
익숙한 일상, 엄마가 통제하는 세계.
검은 백조를 욕망한다면 늘 이렇게 말하지.
'아니야, 너는 검지 않을 때가 더 예뻐, 그러니 그냥 이대로...'
이런 충고로 돈독한 사랑을 과시한다.
살을 뚫고 나오는 아픔은 두렵고, 확신도 할 수 없으므로
기꺼이 그 달콤한 충고를 위안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사랑이라는 이름의 하향평준화는 그만.
결국 스스로 껍질을 깨야한다.
스폿라이트가 비치건, 막이 내리던 그것은 그 후에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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