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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까칠한 여자의 몰스킨 다이어리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때는 내가 당당하게 까칠함을 발산할 때다.
돈을 내고도 그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때,
점원이 실수를 해서 물질적 피해를 입었는데 말로만 죄송하다하며 행동은 없을 때,
잘못된 정보로 시간까지 낭비됐을 때...

어느 순간부터 그저 내 속을 달래며 참고 넘어가는 일이 줄었다.
오늘같은 날이 그 까칠함이 발산한 새해다.

2011년판 몰스킨 위클리 노트북을 사기 위해 시내 대형서점을 수색했다.
신년대란을 예상하고 전화를 미리 걸어 재고를 파악했다.
몇 번의 전화 끝에 광화문 교보에 재고 발견. 사전 예약을 하고 달려갔다.
그.러.나. 내가 주문한 것과 다른 엉뚱한 제고만 쌓아두고 그 알바생은 식사를 하러 자리에 없었다.

이대로 업무일지를 못쓰고 신년을 시작할 수 없다며 기어이 강남 영풍점에 전화를 했다.
"moleskine weekly notebook. 있는데요, 라지사이즈. 소프트커버 블랙으로. 네 있습니다."
"확실한가요? 하도 품절됐다고 해서요."
"네 보라색이 있고요, 그냥 검은색도 있는데요?"
"소프트커버 맞아요?"
"네 둘중에 하나일거니깐 와서 골라가세요"
룰루랄라. 한 시간을 투자해서 찾아갔다.

"전화하고 왔는데요, 주문한거 주세요"
그리고 광화문에서 당했던 일과 같은 일을 겪는다.
"어..품절인데. 알바가 잘못알고 대답 했네요."
그리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저 그말만 믿고 모든 일정 포기하고 왔거든요?"
까칠한 녀자는 점점 얼굴이 벌개진다.

"손님 그러면 위클리 다이어리도 많이 쓴는데 써보실래요?"
"제가 찾는것도 아닌 이걸로 보상해주신다는 건가요?"
"아니, 그냥 많이 팔리니 사시라고....."

까칠한 녀자는 슬슬 차분해진다. 두어시간 몰스킨 득템에 보인 집념이 한심스럽다.
"책.임.자.불.러.주.세.요."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이 알바생 화를 돋운다.
"저밖에 없는데 메니저님이 휴뮤세요. 뭘 원하세요? 매니저님하고 통화해보실래요?"
"저는 지금 몇 번 확인한 말을 듣고 왔고요, 여기까지 찾아온 시간의 보상을 받고 싶네요."
까칠한 여자는 점점 까실해지는 피부를 느낀다.
결국 얼결에 피해보상격으로 손에 쥐어진 원치않는 하드커버 위클리를 들고 돌아와야했다.

자기가 받지도 않은 전화로 곤란을 겪었을 그 알바생은
오늘 일기에 아까 만난 까칠한 여자 욕을 쓰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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