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01 2

[나쓰기 #5] 집착하되 집요하지 못한

시험은 1차가 연필소묘, 2차는 혼합재료를 사용할 수 있는 색체였다. 2차는 3일간 치뤄야했다. 요즘 입시도 많이 바뀌었지만 당시는 꽤 파격적이었다. 시험 자체가 난이도가 높았기에 첫해에 6개월 만에 1차를 통과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첫번째 실기를 보고 나온 내 실기 수준은 지금 생각해도 무척이나 얼굴이 화끈하다. 주제는 '본인의 손을 중심으로 현장 공간을 연출해 그리라'는 것이었다. 소묘를 겨우 할 줄 아는 실력으로 공간연출이라니. 말도 안되는 그림을 그리고 당연히 1차도 떨어졌다. 2년은 준비해볼 요량으로 시작한터라 바로 내년 시험을 준비한다. 한 해는 빨리도 돌아와 입시 현장. 두번째 나타나자 시험 감독하러 들어온 조교님이 늘었네요. 라고 아는체를 한다. 조교가 알아볼 만큼 실력은 일..

[나쓰기 #4] 질풍노도 가벼운 노동으로 견디기

마침내, 뭔가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 그림을 그리자. 그런데 입시미술은 안되겠다. 종합적인 예술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용케 찾아낸 것이 '무대미술'이라는 종합 장르의 예술이었다. 희곡을 읽고, 시각적으로 해석해서 공간을 상상하고, 연출과 배우와 조명과 소리와 무대위의 소품과 조화를 이뤄내고 그러려면 그림을 그릴줄 알아야겠지. 아무것도 모르던 때는 저 일을 하려면 일차적으로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걸 가르쳐 주는 학교를 가야 하는구나. 딱 두군데 있었다. 관련 경력이 2년 이상 있어야 하는 무대미술 아카데미 그리고 일반 대학과 비슷한 한국예술종합학교. 내가 도전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곳은 후자였다. 실기시험을 보고 그걸 통과하면 되는건가?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6개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