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871

[100일 글쓰기] #30 마라톤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 몇달 전에 신청했다. 준비는 매일 10분 달리기를 2달여간 주3회 가량 뛴게 전부였다. 마라톤이 있는 주는 나름 고된 일정이어서 피곤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마라톤 당일을 맞았다. 권장하는 스케줄은 대회 3시간 전에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하고 몸을 푸는 거였다. 출발 시간이 8시이니 5시에는 일어나서 꾸역꾸역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인데, 일찌감치 체력 소진으로 뻗는 아는 다음날 나는 6시 반 지인의 전화를 받고서야 후다닥 출발했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라는데, 대회의 형식에서는 타인과의 경쟁을 벗어날 수 없다. 나를 앞질러가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혼자 달리던 마라톤이 그리웠다. 대회가 아닌 작은 그룹에서 마라톤을 경험한 이후로, 42.195km 풀 마라톤을 ..

[100일 글쓰기] #29 북청물장수

동네에 등축제가 한창이다.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한켠에는 뽀로로와 친구들이 있고, 어느곳에는 전통산수화를 표현한 설치물이 있다. 물지게 진 북청물장수를 표현한 등 조형물이 보였다. 조선후기 상업이 발달하면서 한양의 인구가 들어났다. 인구증가와 함께 내륙에서 사용할 식수가 부족해지면서 18세기 즈음에 물장수가 등장한다. 이들은 한강에서 물을 길어 필요한 곳에 물을 배달하던 사람들이다. 대부분 함경도 사람들이고 그중에서 북청 사람들이 많았다고 해서 북청물장수라는 말이 생겨났다. 1900년대 초 조선수도회사가 세워지고 상수도 시설이 가정으로 확산되면서 물장수라는 직업은 사라진다. 사람이 모이고 다양한 사업이 등장했다. 물장수는 아마도 가진 밑천이 없고 남은 것은 몸뿐인 사람들이 노동에 기대 생존할 수 있는 방..

[100일 글쓰기] #28 미싱은 잘도 도네

아침 집을 나서는 길, 유투브 랜덤음악의 꼬리를 물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 사계가 나왔다. 네티즌의 덧글 커뮤니케이션을 보면 그 음악에 대한 공통 정서를 알 수 있다. 미싱이 뭐냐고 묻는 덧글도 있다. 사람들의 자발적 감상글이 올라온다. 빨간꽃 노란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도네 돌아가네 흰구름 솜구름 탐스러운 애기구름 짧은쌰쓰 짧은 치마 뜨거운 여름 소금땀 비지땀 흐르고 또 흘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저 하늘엔 별들이 밤새빛나고 찬바람 소슬바람 산 너머 부는 바람 간밤에 편지 한장 적어 실어 보내고 낙엽은 떨어지고 쌓이고 또 쌓여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흰 눈이 온세상에 소복소복 쌓이면 하얀 공장 하얀 불빛 새하얀 얼굴..

[100일 글쓰기] #26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

"나는 평범한 인간 속에 살고 있는 위대함에 열광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그 위대함을 끄집어내어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게 될 평범한 사람들의 잠재력에 몰두한다. 나는 평범하고 초라한 사람들이 어느 날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고 싶다. 그들이 꽃으로 피어날 때 그 자리에 있고 싶다. 이것이 내 직업이 내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풍광이다." 변화경영 전문가인 구본형 선생이 2002년 부터 2012년 까지 남긴 604편의 칼럼 60편을 선발해 엮은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를 폈다. 첫 페이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 나는 빨려가듯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저자 구본형을 소개하는 프롤로그 몇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나는 울었다. 갑자기 일면식이 없던 그가 그리웠다..

[100일 글쓰기] #25 꿈의 통찰

꿈을 꿨다. 교실에서 수학문제 푸는 시험을 본다. 수포자인 나인데 꿈에서 만큼은 신기하게 수학 스트레스 없이 다 풀고 시험지를 제출하려고 한다. 그때 내 이름을 안 썼다는 걸 발견한다. 시험지 위에 수험번호를 써야하는데 수험번호를 모른다. 그러자 뒤에서 어떤 친구가 나타나서 번호를 불러 준다. 받아적기도 힘들만큼 긴 숫자다. 몇 번을 되물어 수험번호를 채운다. 이어서 내 이름을 써야하는데 이름 써야 할 자리에 문제를 풀다가 지운 흔적과 잉크 얼룩이 너무 많다. 그래서 빈곳에 이름 세 글자를 넣고 제출한다. 시험지에 이름을 대충 써서 냈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리고 누가 불러준 숫자를 제대로 적지 못하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그래도 시험을 보고 제출은 했다는 것에서 반은 안도가 되고 주도적이지 못한 나..

[100일 글쓰기] #24 곰탕같은 말

일년 전이었다. 쌍벚꽃이 한창인데 내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독립에이전트 하겠다고 선언하고 반백수가 되었다. 한창 자존감과 자신감도 떨어질 때 였다.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지인들에게 나를 추천해주신 선생님도 계셨는데 그 분을 통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예비 클라이언트에게 매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의 일이 깜깜해 무력감이 들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쪽 분야는 경험이 없어서요." 선생님께 이실직고 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그냥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너는 공부 해서라도 할거잖아" 그냥 너는 잘 할 수 있어, 라는 흔한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공부해서라도 할거잖아! 라는 말은 나의 가치를 인정해준 말이었다. 잘 할 거야, 잘 ..

[100일 글쓰기] #23 경복궁 시뮬레이션 투어

일요일 오전부터 경복궁 시뮬레이션 투어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상품을 만들기 전 피드백을 통해 보완해가려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투어다. 투어를 진행하는 분은 자전거나라의 이용규 가이드였다. 자전거나라는 지식가이드 전문업체다. 유럽의 수많은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의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 여행객들엑 알기 쉽게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5년 전, 유럽 출장중에 파리에서 가이드 투어를 받은 적이 있다. 무료로 파리 시내의 야경 투어를 공지했고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 무려 오십여 명의 신청자와 함께 했다. 퐁네프 다리를 비롯해 파리의 몇 군데 명소를 보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잔 하며 종료하는 코스로 꽤 낭만적인 이벤트였다. 성수기 유료 투어만으로도 성업인데, 굳이 시간을 쪼개 무료 야경투..

[100일 글쓰기] #21 글쓰기와 데드라인

'대통령의 글쓰기'위 저자이자 김대중 노무현 전 연설비서관 강원국 씨의 강의 영상을 봤다. 연설 잘하기로 유명한 두 대통령의 비서관이니 글쓰기의 달인이라 할만한데도 글쓰기가 고된 작업이라고 고백한다. 글쓰기에 공포를 가진 일반인들에게 몇 가지 팁을 주었는데 가장 와닿았던 것은 바로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써보라는 것이다. 글을 못쓰는 이유는 바로 잘쓰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일단 남들은 내가 쓴 글에 관심 없다고 전제하고 잘쓰겠다는 욕심을 버리면 어땠든 글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당장 30분만 시간이 주어지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안에 끝내야 한다는 조건을 가지면 마무리는 될것이다. 100일 연속 글쓰기에 도전중인 나에게도 매일 데드라인이 존재한다. 매일 밤 자정까지다. 나는 이 데드라인을 야무지게 사용하지 못..

서울 하프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서울하프마라톤대회 공식우편물이 왔다. 이번이 하프출전으로 공식기록을 갖게 된다. 작년 동아마라톤 신청은 못해 그냥 참여해서 뛰었고, 10KM를 1시간 45분에 들어왔다. 얼마전 한의원에서 인바디를 쟀는데, 1년 전에 비해 체중도 늘고 근육도 늘었는데. 매일 10분 달리기를 시작하고 얻은 효과인 듯 하다. 섬세한 기관지를 가진것인지 목이 아프다 싶은 날은 영락없이 미세먼지 기준이 높다. 야외 조깅은 조심스럽고 결국 지하 헬스장에 가게 된다. 폐에 좋다는 맥문동차와 꿀을 주문해 맥문동 꿀물을 만들어 마신다. 열흘간 잘 유지해서 하프마라톤 3시간 안에 들어오자. 아자아자!!

[100일 글쓰기] #19 작가노트

"나는 그림을 그릴 때마다 그림 그리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의자에 앉아 그림을 째려보며 한참을 있다 지치면 잠을 자기 시작한다. 한 두 시간 자고 일어나면 내가 아무것도 하지않고 벌써 몇 시간이 흘러가서 시간은 돈이라고 속으로 말한다. 마지못해 일어나 그림을 끌적거리면서 발작적으로 비명을 가끔 지른다. 어쩌다 영감이 떠올라 기분이 좋을 때도 비명을 지른다. 그것은 그림 그리기가 졸라게 어렵기 때문이다." 10년쯤 전 박이소씨 유작전에 갔다가 그의 작업노트에 있던 글을 발췌해 옮겨놓았다. 사진을 통해 본 작가는 모범생의 외모를 가졌기에 다소 과격한 표현이 의외였다. 작가라는 사람의 작업노트에 휘갈기듯 고백한 그림 그리기의 어려움에 위안을 받았다. 글쟁이는 아니어도 내 생각을 담은 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