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이었다. 쌍벚꽃이 한창인데 내 눈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독립에이전트 하겠다고 선언하고 반백수가 되었다. 한창 자존감과 자신감도 떨어질 때 였다.
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지인들에게 나를 추천해주신 선생님도 계셨는데 그 분을 통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예비 클라이언트에게 매우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의 일이 깜깜해 무력감이 들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그쪽 분야는 경험이 없어서요."
선생님께 이실직고 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싶으면서도 그냥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너는 공부 해서라도 할거잖아"
그냥 너는 잘 할 수 있어, 라는 흔한말이 아니어서 좋았다. 공부해서라도 할거잖아! 라는 말은 나의 가치를 인정해준 말이었다. 잘 할 거야, 잘 될 거야 같은 막연한 긍정이 아닌 내 평소의 태도와 가치관에 대한 인정. 설사 완벽하진 못할지라도 내가 한 최선의 가치는 변함이 없을 거라는 용기가 났다. 그래서 그 말에는 힘이 있었다.
화장실 한 번 가면 배출할 일회용 포도당 주사같은 말이 아닌 피를 만들고 살을 찌울 말이었다. 오랜 시간 들여 끓인 곰탕같은.
2.9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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