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박현진 364

집단지성 식물도감

​내가 사랑하는 산책길에 요맘때쯤 피는 꽃이 있다. 노란 꽃들이 살랑살랑 흔들리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산책의 맛이 딱 두배는 튀겨지는 듯. 석양빛을 받으면 황금색이 된다. 작년엔 그냥 지나쳤는데 이번엔 꽃이름이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할 스마트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모야모'라는 어플을 깔면 된다. 모야모란 이름은 산이건 들이건 지찬에 핀 야생화를 알고싶어 궁금해 미치겠는데 알아볼 방법이 없을 때의 심정을 딱 대변한 것 같다. 질문 올린지 일분 만에 답이 왔다. 큰금계국이란다. 답변에는 링크가 걸려있어 해당 식물을 설명한 페이지로 이동한다. 꽃말도 '상쾌한 기분'이라는데 내가 괜히 심쿵해지네. 이 어플은 내부 쇼핑몰도 운영하는데 꽃 모종과 야생화 씨앗도 파는 모양이다. 대한민국이 다양한 야생화로 꽃피우..

[100일 글쓰기] #60 체력

일요일에 산을 다녀오고 부터 체력이 방전된 것 같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 볼일 보고, 낮잠을 자고, 오후에 미팅과 강의를 듣고 귀가해 11시부터 쓰러져 12시간 후에 깼다. 화요일 정오가 되었다. 일요일 하루 등산으로 이틀을 회복하는데 쓴다. 이번 산이 난코스도 아니었기에 더 당황스럽다. 근육통으로 움직이는게 고통이다 보니 웬만한 일은 귀찮다. 매일 해야 하는 일에 꾀를 부리고 미룬다. 정신이 맑지 않으니 강의도 귀에 안들어 온다. 매일 마감해야 하는 100일 글쓰기도 시간 내에 못한다. 그래도 일주일에 2-3일은 1-2km 조깅하고 자주 공원을 걷는 편이었다. 그래서 산에서 무난했다 싶었는데 의외로 하산 후의 피로감이 극심한 원인이 뭘까 생각해보니 꾸준히 늘어난 체중 탓이 아닐까 싶다. 매일 야식의 ..

[100일 글쓰기] #59 초콜릿 맛있게 먹기

"나 어제 저녁부터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산에서 먹으려고 참았어." 산 중턱에서 쉬면서 선생님이 초콜렛을 동료들에게 나눠주시고 하나 드시면서 하시던 말. 평소에도 자기 관리가 엄격하시니 초컬릿 하나의 칼로리도 부담일 것이다. 그리고 산에 올라 드디어 초콜릿 하나를 음미한다. 나라면 전날 몇 개라도 거리낌 없이 해치웠을 초콜렛과 긴 시간 인내 끝에 산에서 맛보는 초콜렛은 다른 의미일 것이다. 제작년 다이어트로 유명한 한의원을 동원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나. 동생이 그걸 보더니 같이 했다. 감량중 어지럼증으로 쓰러지며 집에 있던 화분까지 박살낸 동생은 지금 감량한 체중으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나는 고생해 감량한 보람 없이 스트레스 핑계로 맘껐 먹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에 걸쳐 요요로 돌아왔다. 동..

[100일 글쓰기] #58 오늘 산을 오르며

"할만 해요. 근데 발집에 물이 잡혔어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오늘의 산행은 힘들었다. 지인들과 백두대간을 걸어보겠다고 시작한 산행팀이다. 십여명이 모여 한 두달에 한번씩 산을 다닌 지 일년. 각자의 특성들을 알게 된다. 그런데 내가 가장 많이 알게 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개인적이다. 개인에 모든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다. 그렇다고 이기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의도적으로 자기만 생각하는 것과 민폐를 주지 않기 위해 개인에 집중하는 것과는 다르다. 막내격인 나는 산에서 불리는 닉네임이 '고동'이다. 슥~하고 고동처럼 느릿느릿 이동한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이렇기에 나는 민폐 만큼은 끼칠 수 없다를 모토로 내 컨디션 관리하기 바쁘다. 힘이 남아야 다른 이들의 상황을 보살필 수가 있는데 주로 보살핌을 ..

[100일 글쓰기] #57 집단지성 커뮤니티

마음 맞는 지인들과 운영하는 몇 개의 그룹이 있다. 그룹을 유지하는 이유는 집단지성의 효과 때문이다. 고민이나 신경쓰는 이슈가 있을때 나누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답이 나온다. 그리고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는 개운함을 느낄 때가 많다. 첫번째는 코칭 그룹이다. 리더 코치를 중심으로 각 분야의 코치들과 함께 모인다. 정기적으로 만나 케이스 스터디도 하고 강의 프로그램도 의논한다. 훌륭한 멘토들에게 자극을 많이 받는다. 또 다양한 분야의 코치들이 모여 있어 재미난 아이디어와 실행이 가능하다. 두번째는 꿈투사 그룹이다. 꿈이 혼자서 의미파악이 어려우면 투사를 부탁한다. 타인이 꾼 꿈의 내용을 듣고 이게 내 꿈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이야기한다. 개인화된 투사를 참으로 다양하다. 꿈..

[100일 글쓰기] #55 편집은 창작

내 생에 단테를 만날 날이 있을까? 그가 남긴 작품 '신곡'은 예술사에서 한 번 들었던 기억이 있다. 신곡은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옥편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로뎅의 '지옥의 문'도 지옥편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단테와 신곡에 대한 전부다. 우연하게 단테가 그린 지옥도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에니어그램은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이자 인간이해의 틀로 기원전 2,500년 경 부터 구전으로 전해저 왔다고 한다. 단테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왜 에니어그램으로 화재가 넘어왔다. 단테의 지옥도를 에니어그램을 통해 구경할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전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팟캐스트에서 김도인 이라는 여성 패널이 단테의 신곡..

[100일 글쓰기] #54 감정일기

마음이 복잡한 날이면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수다를 떨다 보면 복잡한 강도가 조금 가라 앉는것을 느낀다. 요즘은 방법을 바꾸고 있다. 복잡한 마음의 주인은 나이기에 나 스스로 문제에 직면해 해결해 보려고 한다.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할 게 아니라 나에게 집중해 보는거다. 이런 마음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직접 써보는 것으로 감정을 직면해 보려고 한다. 직면의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을 기록해 보는거다. 마음은 생각과 일렁이는 강정과 갈망 혹은 의지의 집합이다. 가만히 앉아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써내려 간다. "마음이 왜 복잡한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어떤 감정이 올라오나?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가? 어떻게 해결이 되길 바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

[100일 글쓰기] #53 사용자 피드백

스타트업이 하는 온라인 심리 상담 서비스를 알게됐다. 대면상담이 아닌 이메일을 통한 서면으로 상담을 받는다. 대면 상담이 어려운 이들에게 좋은 서비스일 것이다. 낯모르는 상담자와 매칭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메일링을 신청해서 종종 소식을 받아보았다. 어느날 상담 방식을 서면 상담에서 실시간 채팅으로 피봇팅 했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후기를 남기는 조건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길래 궁금한 마음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상담 시간은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다. 시간을 선택하고 결제를 하고 해당 시간에 웹사이트 접속을 해 상담사와 채팅을 한다. 나는 요즘의 이슈들로 상담을 시작했다. 내가 원한건 공감과 지지였는데 문제 해결을 대신해주려는 상담사의 성향에 반감이 들어 몰입하지 못했..

[100일 글쓰기] #52 예측보다 대응

유능한 국민 MC 유재석씨도 초년 방송인 시절엔 실수를 했다고한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겠지만 자료화면으로 본 그의 실수 장면은 안쓰러울 정도다. 그 당시를 회상하던 그는 대본을 받아 보면 꼭 어느 부분에서 실수 할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 예감이 들면 걱정에 사로잡혀 하루종일 노심초사 했다. 그렇게 걱정을 하다가 밤을 꼴딱 새고 다음날 카메라 앞에서 반드시 실수를 했다고 한다. 아마 왜 슬픈 예감을 틀리지 않느냐며 한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때 걱정하는데 시간을 쓸 게 아니라 연습을 했어야 한다고. 그 시간에 연습을 해서 실수를 안하게 만들면 되는거라는 그의 말이 남는다. 강신주 씨의 말도 생각난다. 100미터를 15초에 달리는 사람이 10초에 달리는 사람과 경쟁해야 하는..

[100일 글쓰기] #51 글쓰기 싹수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학창시절 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학교 때, 하루 조퇴를 하는 바람에 개근상을 타지 못했을 때 상장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허탈해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 나에게도 그럴싸한 상장의 추억이 있다. 국민학교 5학년일 때 교내 독후감 쓰기 대회가 있었다. '오늘은 독후감 쓰는 날이니 써라' 라는 말에 최근에 읽은 책으로 감상을 적어야 겠다 싶었다. 단편적으로 기억이 나는건 "소공녀야"라고 시작하는 문장이었다. 소공녀에게 편지를 쓴거다. 그녀를 괴롭히던 주변인물을 같이 욕하기도 하고 그녀를 위로하기도 하며 친구에게 편지 쓰듯 써내려갔던 듯하다. 그 형식이 신선했던 모양이다. 담임 선생님은 아침 조회시간에 박현진처럼 감동적인 독후감을 쓴 학생도 없다고 했다. 며칠 후 나는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