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 졸업을 앞두고 졸업식 날을 기다리며 오전등교만 하던 며칠이었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등교였기에 당연히 면학분위기 따위는 있지도 않았다. 선생들도 아이들의 소란을 굳이 잠재우지 않고 넘기는 기간이었다. 학교에서는 교육적인 영화를 의례적으로 틀어주었는데 교실 앞 천장에 매달린 TV브라운관 에서는 쉴새업이 교양 영화가 상영 되곤 했다. 그렇게 몇 개의 교양 영화를 몇편을 봤는지 영화가 나오긴 했는지, 무심히 시간을 보냈다. 어느날 눈에 들어온 영화가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였다. 50여명이 떠드는 가운데 나만 유독 귀를 귀 울이며 그 영화에 집중해 봤던 것 같다. 문학 소녀이기도 했던 나였는데, 소설가 이청준의 소설을 찾아 읽는데 재미를 붙였을 때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 영화 내용이 이청준의 소설과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