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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다움 인터뷰

이 남자의 마이웨이, 35년간 기자로 살아온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大記者)

이 남자의 마이웨이, 

35년간 기자로 살아온 중앙일보 박보균 대기자 (大記者) 


by 퍼스널브랜드PD 박현진




사람마다 한 가지 길을 선택하면 나머지 길은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삶의 길은 숱한 회한이 남기 마련이다. 여기 무려 35년을 기자라는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대학시절도 학보사 활동을 했고 군대 3년을 다녀온 것 이외에는 20대부터 지금까지 기자생활만 해 온 사람. 기자 생활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일로 ‘모든 것’이라고 답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천직(天’職)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그는 1090 평화와통일운동 이사로 통일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1090청년위원단이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 그리고 부사장을 만나 기자로서 그리고 리더로서의 삶에 대해 들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중앙일보에서 발행하는 김종필 증언록을 쓰고 있습니다. 김종필(JP)씨는 우리나라 정치사의 산 증인이자 현대사의 격동과 성취와 좌절을 다 겪으신 분입니다. JP 증언록이자 현대사 회고록을 취재하고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통일 운동을 하시는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게 통일운동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서 말하는 ‘가지 않은 길’ 같은 것입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가보고 있는 것이죠. 지금의 2030 세대는 통일을 경험하는 세대가 될 것인데 청년들의 관심이 적습니다. 그 이유는 ‘피부로 와 닿지 않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당장 자신의 현실을 준비하는데 급급해서’입니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 해보면, 통일은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처해있는 경제문제, 실업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북한이 새로운 해결책이 될 거에요. 우리 청년들이 북에 가서 건설업, IT산업, 영어교육, 관광업, 농사기술 활용을 할 수 있겠지요. 이들에게는 통일이 기회의 땅 ‘엘도라도’가 될 것입니다. 




35년간 기자생활로 현재 대기자의 위치까지 오셨습니다. 기자로서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요? 
정치부 기자만 30여년을 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부터 박근혜대통령까지, 지금 18대 국회인데 제가 11대 국회부터 출입 기자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태도는 겸손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꼽습니다.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기자뿐만 아니라 무슨 일을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도 해당됩니다. 대상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대상자의 관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죠. 기자도 같습니다. 저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의 취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사람과 더욱 친해지고, 남보다 취재의 깊이가 깊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그 사람으로부터 특종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을 겸손하게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세상사는 모든 것에 사연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사연을 알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호기심이 평생 기자를 하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기사는 사연에 담긴 사실과 진실을 쓰는 것입니다. 정치 문제뿐만 아니라 작은 사건까지도 겸손한 자세로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면 흥미 있고 드라마틱한 얘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2013년 8월 20일 김원모 단국대 명예교수 박보균 중앙일보 대기자가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뒤 변영섭 문화재청장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현직 기자로서는 받기 힘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으셨네요?
미국 워싱턴 DC의 중심부 로건 서클에 있는 대한제국 공사관을 환수 받은 공로를 인정받아서였습니다. 1910년 일제에 5달러에 강탈당했던 이 건물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기간 역사에서 잊혀졌던 이 건물을 102년 만에 되찾을 수 있었던 데는 건물의 가치와 매입 필요성을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렸기 때문이지요. 20차례 이상 현장을 방문해 자료를 수집하고 칼럼과 강연,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해 공사관 매입 여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했습니다. 정말 집요하게 파고들었죠.

제가 기자로서 후배들에게 자주 말하는 것이 ‘사명감과 소명감을 먼저 내세우면 핵심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좋은 기사를 쓰면 그게 사회에 정의가 되는 것이지, 내가 소명감을 갖고 무언가 파헤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핵심에 접근을 못하게 됩니다. 

어떤 사연을 겸손하게 추적을 하다 보면 진실에 다가설 수 있고 그것으로 좋은 기사, 진실에 다가가는 기사가 됩니다. ‘나는 돈을 벌어야겠다.’, ‘ 내가 세상을 한번 흔들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표출하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행동의 유연성, 순발력, 상상력이 떨어집니다. 우리 20대 청년들은 아직 실감하지 못하겠지만 살다 보면 내 얘기를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 



요즘 20대는 끈기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런 청년들에게 지혜를 나눠 주신다면요?
제가 자라면서 선생님들한테 많이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한 우물을 파는 노력이 필요하다’ 였습니다. 기자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 좌절과 성취를 지켜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성취와 패배의 배경은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대체적으로 ‘한 우물을 파는 것’ 이었습니다. 한 우물을 파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꾸준함으로 일관성을 지키면 드라마틱한 멋진 기회가 반드시 생기더군요.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 우물을 어느 정도 파야지 무언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스로 내린 결정에 대해 가끔 회의가 들 때가 있습니다. 이 선택이 맞는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제일 중요한 것은 청년 스스로 자신감을 갖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세계를 구축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그때부터는 내공이 붙어서 좌절에 강해집니다. 그렇게 해서 기회를 찾고 만드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 출장을 다니며 각 나라의 청년들을 많이 만났지만, 대한민국 청년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좋고, 영어도 능통합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신감을 가시세요. 

기자이자 한편으로는 리더이기도 한 그에게 좋은 리더의 조건에 대해 물었다. 다음과 같은 말이 돌아왔다. 리더는 상상력이 제일 중요하다. 기자들이 많은 기사를 써내면 최종 결정권을 갖는 사람이 편집국장이다. 다른 사람이 쓴 글, 노력을 편집하는 자리인 만큼 신중해야 하고 자개 개발에 철저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노력과 고민을 살피다 보면 자연스러운 소통을 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리더는 상상과 결정력, 그리고 소통하는 사람이다. 리더의 조건을 말하는 부드러운 중저움의 목소리에서 깊고 진한 35년의 무게가 느껴졌다. 






사진: 이준호 포토그래퍼

인터뷰: 1090 청년분과(박현진, 이혜미, 나은샘, 박선미)
인터뷰 글 정리: 나은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