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여행할 때다. 계획 없이 시내를 밤마실 삼아 걷다가 사원하나를 발견했다. 불경 소리가 들리길래 선듯 소리를 따라 발을 옮겼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소리내어 불경을 읊고 있었고, 나는 신발까지 벗어가며 그들 사이에 들어가 앉았다. 외국인 처자의 등장에 한 남자는 자기가 보던 경전을 내게 내밀었다. 까막눈 처자는 합장으로 감사함을 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왓 수탓'이라는 태국에서는 중요한 사원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템플스테이를 경험했다. 같이 가자고 제안한 사람은 매달 적자가 나는 회사를 더 지탱할 수 없었고 비장한 결심을 다질 적절한 배경이 필요했던 것 같다. 덕분에 잘 가서 잘 쉬다 왔다. 새벽 3시에 미명을 깨우는 서른 세번의 종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지도, 동이 터오는 새벽의 산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