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게 자신을 오래도록 기억하도록 하는 방법은 두가지.
하나는 변태적인것을 가르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악을 선물하는 것.
얼핏보기에 선물을 주고받는 행위는 아름답고 건전해 보인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달라진다.
사람이 떠나도 음악은 남는다.
CD를 버려도 어딘서 누군가는 그 음악을 듣고 있을테고
우리는 거리에서, 카페에서, 술집에서 무방비 상태로
함께 듣던 음악의 습격을 받게 된다.
그럴때 우리는 어제 퇴직한 우편 배달부처럼 우울해진다.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음악에 휘둘리게 된다.
그럴 때 음악은 변태의 추억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집요하다.
정녕 노래는 변태의 추억보다 집요하며, 트로이 목마처럼 교활하다.
김영하 산문집 <포스트 잇>에 실린 '습격'이라는 에세이의 글이다.
위 내용과 다르지만, 음악이 어떤 순간을 환기한다는 면에서
나에게는 트로이의 목마가 많은 편이다. 적극적 수집가이기도 하다.
코칭 전에 루틴으로 듣는 음악이 따로 있다.
이 음악은 내가 지켜야할 정서로 빠르게 이동시켜준다.
목마들은 소중하게 기억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필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간밤에 또 하나가 나타났는데,
묘하게도 이 음악은 지금 겨울에 지금 내 정서를 대변해주러 왔다.
입춘이 지났으나 폭설이 내려 쉬이 녹지 않는 거리
텅, 유독 허무하고 쓸쓸한 겨울 끝자락에서
내 마음을 더 살펴보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20년 전에 발매된 앨범, 그제는 몰랐었을 목마를 주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1JXuu8Zc5r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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