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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일기

한줄의 위력

#1

가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블로그를 들어간다.

그가 남긴 한 줄 평이 궁금해서다. 

얼마전엔 기생충에 남긴 한줄 평으로 대중의 격렬한 지탄을 받기도 했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명징과 직조라는 낮선 한자어를 썼다고 대중 영화 평론가로서의 자질까지 운운되었더랬다.

 

직업적으로 영화를 보는 평론가가,

2시간 여의 영화를 집중해서 봤을텐데, 

그것을 한줄로 남길 때는 어떤 핵심이 남는걸까? 그걸 보는 것이 방문의 목적이다. 

 

 

#2

취미가 책읽기인 동생의 블로그에 아주 오랫만에 방문했다가 재밌는걸 발견했다. 

그 사이 수백권의 책 리뷰 포스팅이 있었는데, 딱 한줄 평을 남겼다. 

 

[괜찮은 남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by 바버라 화이트헤드] 

- 괜찮은 남자는 유니콘이다. 현실에 없지

 

[부지런한 사랑 by 이슬아]

- 아이들은 귀엽고, 어른들은 짠하다.

 

[2020 부의 지각변동 by 박종훈 ]

- 코로나 발생 전에 출간. 이렇게 예측이라는 게 힘듭니다. 

 

[내가 죽으면 장례식에 누가 와줄까 by 김상현]

-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고만고만한 고민을 하면서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게 인생

 

[맞춤법을 알고 나니 사회생활이 술술 풀렸습니다 by 함정선 ]

- 이런 책 한 권 써볼가 했더니, 있네. 세상에 없는 게 없다. 

 

책 내용을 몰라도 리뷰어의 성격이 보이는 면이 있다. 

어떨때는 한 줄에 빵빵 터지기도 하고,

단 한 줄에 내가 몰랐던 동생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글이라는게 참 오묘하단 말이지. 단 한줄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