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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일기

꽃, 저마다의 향기

 

#1

한달에 두 번 내게로 꽃이 온다. 일상의 작은 이벤트다. 

꽃 정기배송 서비스를 신청하고 5개월째다.

그 계절에 어울리는 작은 꽃다발을 보내준다. 

어차피 며칠 보고 시들어버릴 꽃,

쓸데 없는데 돈 쓴다는 소리가 들리지만,

이번엔 어떤 꽃을 받을지 내심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2

오늘도 정기 배송이 왔다.

꽃가위로 줄기 끝을 사선으로 자르고 

꽃 영장제를 푼 화병에 담았다. 

화병에 잘 꽃아서 책상 앞에 놓아두었다. 

작은 오아시스를 의지해 배송된 꽃이

물병에 담아두고 좀 지나니 맑게 피어났다. 

소국, 장미, 카네이션, 왁스플라워가 왔다. 

왁스플라워는 처음 보는 꽃인데

이름처럼 꽃잎이 왁스 먹인 것처럼 빳빳하니 단단하다. 

 

#3

꽃 하나의 향을 맡아보았다. 

익숙한 냄새였다.

소국은 한약의 쌉쌀한 냄새가 났고, 

카네이션 싱그러운 풀냄새,

장미는 믈기 가득한 달콤한 복숭아향이 났다. 

충격적인 향기는 왁스플라워였다. 

제일 쪼그마한데 제일 강력하다.

향기롭기도 한데 그 와중에 매캐하면서 꼬릿한 느낌.

꽃에서 비글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비슷한 향으로 여름 무렵 감자밭에서 나는 냄새가 있다.

개성이 넘 강력해서 두고두고 생각나는 향이다. 

꽃 한 송이마다 각기 지닌 향이 있다는 것도 새삼 놀랍고, 

그걸 구분해내는 나의 후각이 있는 것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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