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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4월 마지막 벚꽃 '산협의 노래 도종환 낭송을 들으며'




이날은 차가운 봄 보슬비가 내렸다. 
4월도 마지막주로 치닫고,
얼마전 집 앞에서 무심히 발견했던 벚꽃을
언제 다시 보겠나 싶어, 나갔다.

바람이 흔들때마다
비에 젖은 나비의 날개처럼
애닯게 추락한다.
아스팔트 위에 나의 한숨을 더한다.

마침 알맞은 음악이 곁에 있어주었다.

뺨위로 떨어지는 젖은 벚꽃잎의 차가운 서늘함이
 어디 겨울 눈송이에 비견하랴.

올해도 여전히 벚꽃이 전부라던 진해를 못가본 채,

그놈의 벚꽃타령도 이걸로 끝이다.









산협의 노래
                                                        - 오장환

이 추운 겨울 이리떼는 어디로 몰려다니랴.
첩첩이 눈 쌓인 골짜기에
재목을 싣고 가는 화물차의 철로가 있고
언덕 위 파수막에는
눈 어둔 역원이 저녁마다 램프의 심지를 갈고.

포근히 눈은 날리어
포근히 눈은 내리고 쌓이어
날마다 침울해지는 수림(樹林)의 어둠 속에서
이리떼를 근심하는 나의 고적은 어디로 가랴.

눈보라 휘날리는 벌판에
통나무 장작을 벌겋게 지피나
아 일찍이 지난날의 사랑만은 따스하지 아니하도다.

배낭에는 한 줌의 보리 이삭
쓸쓸한 마음만이 오로지 추억의 이슬을 받아 마시나
눈부시게 훤한 산등을 내려다 보며
홀로이 돌아올 날의 기꺼움을 못가졌노라.

눈 속에 싸인 골짜기
사람 모를 바위틈엔 맑은 샘이 솟아나고
아늑한 응달녘에 눈을 헤치면
그 속에 고요히 잠자는 토끼와 병든 사슴이.

한겨울 내린 눈은
높은 벌에 쌓여
나의 꿈이여! 온 산으로 벋어 나가고
어디쯤 나직한 개울 밑으로
훈훈한 동이가 하나
온 겨울, 아니 온 사철
내가 바란 것은 오로지 따스한 사랑.

한동안 그리움 속에
고운 흙 한 줌
내 마음에는 보리 이삭이 솟아났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