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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막상 까보면 실망할까에 대한 두려움에 관하여



양파 같은 사람.
흔히 시간이 지나도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사람을 양파에 비유한다.
나는 항변한다. 양파는 까도까도 양파 아닌가. 
벗길수록 매운기운을 뿜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게다가 점점 작아지는 스케일 하며...
오히려 양파 같은 사람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 아닌가. 
나는 내가 그렇고 그런 양파일까봐 두렵다.

이 이야기는 '막상 까봐서 내가 별볼일 없을 것에 누군가가 실망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양파같은 존재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적절할 것이다. 


최근 나에 대해,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참 큰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을 주려고 하신다.
한편 그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마음 한 켠이 갑갑하다.
그것은 바로 막상 까봐서 실망할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십여년간 내가 하는 온갖 쌩쑈를 지켜봐온 친구가 있다.
지난 날 남산 산책로를 걸으며 내심을 털어놨다.

+ 언니, 나 실상 까보면  별거 없는데, 뭐 보여줄 것이 있을까?
이렇게 관심 가져 주는 건 고마운데 막상 적극적이니 살짝 두렵네.

= 너는 니가 별볼일 없는 애라고 생각하지?
근데 너만큼 까볼만한 애도 없어.
그 사람들도 내공이 보통이 아닐건데
너한테 관심을 주는 걸 보면 뭔가 있으니깐 그러겠지.
실망을 하건 어쩌건 그건 그사람들 선택의 문제이지.
너는 그냥 너 하던대로 열심히 하면 돼.

이건 껍질을 벗겨내고 바닥이 드러나는 것의 두려움을 넘어선 스스로의 믿음에 관한 조언이다.
새로운걸 애써 만들어 보여줄 것 없이, 나의 내면에 집중할 것. 
에너지를 분산하지 말것. 
나 스스로 내가 가진 장점을 사랑하고 가꾸어 나가는 것.
결국 나 스스로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 말이 며칠째 가슴에 남는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