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책리뷰

까칠하고 할말 많은 보통의 존재


이 이야기는 작년 겨울 이야기다. 나에게는 조금 색다른 취미가 있다.
음악과 상황, 음악과 책, 음악과 시. 혹은 어떤 일을 할 때 듣는 음악이랄지.
상황에 따라 그에 어울릴만한 음악을 하나씩 갖다 붙이고 감탄하며 좋아한다.

작년 겨울 친구를 기다리며 서점에 가서 배회하는데  노란책 한권이 눈에 띄었다.
밴드 언니네 이발관 리더 이석원의 산문집이었다.
샛노란 표지와 신경질적인 그의 이미지가 어울린다고 생각해서인가 자연스럽게 집어들었다.
그리고 루시드 폴의 신간 소식을 들었다. 앨범 중에 '평범한 사람'이란 제목이 보여서인지 
이 앨범을 들으며 책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오랫만에 필받은 책 한권과 그에 맞는 음악 하나를 발견했기에
최대한 이 즐거움을 느리게 즐기겠다고 맘먹었다.

평일 근무에는 읽지 않기로(안달나게 참고 아껴야지) 하고,
금요일 저녁 약속은 주말로 미루고 금요일 저녁이 되었다.

자기애가 강한 까칠한 남자가 그의 둥지에서 빠져나온 이야기.
그럼에도 못내 안스럽고 따뜻한 이야기. 
환상이 없는 덤덤한 글. 저런 이야기를 나는 글로 쓸 수 있을까?
상처를 어루만지 듯 조용조용 가만가만 한 루시드 폴의 음악으로
따뜻하게 보낸 연말의 하룻 저녁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