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여행가서는 반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낫선 풍경들을 호기심어린 몸짓으로
돌아다니는것도 즐겁고, 아침 출근길 안가본 골목골목을 뚫어보는 것도 재밌다.
그보다 더 좋았던 기억은 오년전쯤의 동강트래킹을 경험할 때였다.
대학교 선후배들간에 친목 모임인 산악회에서는 점점 개발되어 피폐화 되어가는 동강이 되기 전에
기억에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길위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일정은 4박 5일. 텐트와 먹을거리들은 각자의 체력에 맞게 분배되어 배낭에 넣었다.
4월의 조금은 따가운 햇살에 척박한 흙길을 터덜터덜 걷는 일행들과 농담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고,,,
그러다 저녁이 되면 남자들은 마을에 내려가 물을 길어오고 지고온 텐트를 펼쳤다.
그 사이 여자들은 밥을 짓고 찌개를 끓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냇가에서 들어올린 넙적한 돌을 잘 씻은 후 그 위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애지중지 운반해간 삽겹살을 구워먹는 일도 기억에 남는다.
지치면 쉬어가고 중간중간 들어간 마을에서 이장님의 강원도 아리랑도 청하여 듣고,
사람이 귀한 마을에서는 우리 일행들에게 찐감자를 베풀어 주기도 했다.
가끔 땅에서 나는 부추, 달래를 캐어서 무쳐먹기도 했고, 야생드룹을 따서 저녁반찬으로
포식한 적도 있다.
여기서도 쏘주는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었는데 지천으로 널린 진달래 꽃잎을 따다 넣으면
꽃물이 붉게 배어진 소주를 일명 두견주라고 부르며 그날 저녁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른 후, 나는 그때와 같은 심정으로 책 한권을 읽어가고 있었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서 떠난 걷기 여행- 스페인 산티아고 편
산티아고의 유래는 이렇다.
야곱 성이 잠든 땅으로 알려져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처형된 후,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예루살렘에서 스페인까지 걸어왔다고 한다.
성경에는 야곱이 스페인에 왔었다는 기록이 없지만, 기원후 33년 헤롯 왕이 예루살렘에서 그를
첫 번재 순교자로 만든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한다.
그의 시신은 콤포스텔라 현재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묻혔다.
내가 산티아고를 알게된것은 파울로코엘료라는 작가덕이다.
영적인 신비주의의 아름다운 소설을 쓰는 그가 직접 경험한 자기성찰의 소설 이후로
그 순례길은 꽤 많이 국내에 알려졌다.
그리고 도보여행가 김남희는 범인들이 상상만하는 꿈을 직접 경험하고 일기를 썼다.
나 또한 범인으로서 그 길을 여행하는 꿈을 꾼다.
꼭 무슨 목적을 갖지 않더라도 터벅터벅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것이고,
그 길위에서 만나는 인연들에게 기꺼이 나의 음식을 만들어 주고 또 나누어줄 것 같다.
꿈이 꿈으로 끝날지, 현실이 될지, 혹은 다른 꿈을 쫒을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요즘 지나치게 불은 체중을 체크하고
평소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체력과 건강을 돌아보게 되는것이 아마도 산티아고를 알게된 성과라면 성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