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연주된다.
연주 초반 지휘봉을 따라 일시에 움직이는 현악기가 내는 음을 가만 들으며 눈으로 연주자들의 움직임을 따라가고 있었다.
현을 켜느라 분주한 현악파트 넘어 맨 뒤 가운데, 팀파니스트의 단정히 모은 두 손이 보였다.
굳건한 깍지. 한 시간 반 동안 그이는 몇 분이나 연주에 가담할 수 있을 것인가.
제일 심심할 것 같은 연주자. 가운데 덩그러니 서서 저 사람은 연주 내내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움직임 없는 관악기 파트가 보인다.
그리고 곧 관악이 음의 풍성함을 더하고, 팀파니의 웅장함이 가세하여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현의 화음에 관의 화음을 얹고 타악기로 방점을 찍기 위해 그들은 기다렸다.
두 손을 모으고, 악기를 꼭 쥐고, 지휘자의 지휘봉 끝을 보며 긴장한다.
팀파니 연주자는 연주시간 내내 어쩌면 긴장의 강도가 가장 강할지도 모르겠구나.
오케스트라를 보며 나는 체육대회의 단체줄넘기가 떠올랐다.
기다란 줄이 넘어가는 동안 한 명씩 투입되어 목표한 숫자를 완성하는 게임.
두 명, 세 명, 네 명 뛰는 가운데 순간의 틈을 노려 들어가야 한다.
순간까지 숨을 고르는 긴장. 심장은 그 순간을 향해 두근두근 팽창한다.
틈을 노려 들어간 순간 먼저 투입된 동료와 호흡을 맞춰 게임을 완성해야 한다.
내가 들어가 조화를 이룸으로써 함께 최고로 빛이 나는 것. 협력적 화음.
서울신포니에타 145회 정기연주회 초대해 준 친구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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