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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푸드테라피

채식라이프 5일차 (01.01) - 저 푸른 초원위의 밥상

아침 - 둥지냉면
새해 아침은 어이없게 둥지냉면.
분명 스프에는 화학조미료가 범벅이겟지만 국물까지 먹어버림.
아침에 쫄깃한 면발을 씹어 삼키는게 왜 그렇게 땡기는지..


점심 - 현미(찰)밥, 현미 생쌀, 우엉조림, 시금치나물, 유채나물, 다시다, 잡나물초고추장무침.
풀밭위의 점심을 연상케하는 파란나라. 거기에 해초까지 추가한다.
푸르고 파란 이 아름다움이여.





저녁 - 일주일 전 만들어 냉장-냉동실을 번갈아 오간 카레라이스, 현미밥, 잡나물무침
카레는 한번에 많이 만들어 소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둔다.
음식을 만들어놓고 잊고 있다가 상해서 버린적은 많아도 카레는 예외다.

아베 야로작 만화 심야식당에는 어제만든카레라는 메뉴가 나오게 된 에피소드가 소개된다.
늦은 밤에서 새벽까지만 영업하는 심야식당은 간판마저도 심야식당이다.
메뉴도 따로 없고 주방에 재료만 있다면 무엇을 주문하든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즉석에서 조리된 요리와 어제만든카레는 거리가 멀다.
가게 주인이 만들어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날 한끼를 때우려던 찰라. 
그걸 본 손님이 바로 어제만든 카레를 주문한다.

카레의 진정한 맛은 어제 만들어 적당이 걸죽해진 상태에서 나온다.
나에게 칼칼한 카레는 서양식 육계장같은 거다. 
그거 한대접 하고 나면 강황의 노란 열이 온몸을 덮혀주는것 같다.

문제는 현미채식을 실행하기 전에 만들어둔 카레를 맛있게 먹겠다고 고기를 볶아 넣었다는거다.
카레는 너무 먹고 싶었다.
이건 확실히 일주일전 만들어 냉장-냉동고를 오가며 걸죽해지고 알큰한 맛을 뿜어낼 그 카레 아니던가.
타협을 본다. 고기는 건져먹자. 씹지말자.
이때부터 고기 살점을 골라내는 씨름을 했다.  
당근, 오이를 골라내는 건 어릴적 해봤다해도 고기 골라내는 약간은 황당한 행동이후
한스푼을 넘칠만한 고기를 골라냈다.
정말 신기한것이 안먹기로 하니 안먹게 된다.
고기에 대한 미련이 남지 않는다.





기타 변화 화장실 잔변의 느낌이 없다.
가스가 시원하게 나오는데 육식을 했을때 처럼 구리지 않다.
변이 가벼운 느낌이 든다.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단축됐다. 매우 개운하다. 
며칠간 먹은 섬유질이 엄청날 것이니 그럴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