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아직은 폭염으로 이글거리지 않을 때, 강화도에 다녀왔다.
강화도의 석모도는 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을 벗어나기엔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비교적 서울과 가깝고 볼거리 많고 또 육지에서 떨어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휴가철을 살짝 비껴간 금-토요일 1박 2일의 놀이.
한창 휴가 철에 금요일에 월차를 내라고 꼬드기는 것 자체가 무안하긴 하다만
그래도 국내여행 석모도의 여유로움을 나누고자 키보드를 두드린다.
추천일정 서울 출발 2시간 30분 - 강화도 점심식사 - 석모도 진입 - 갯벌체험 - 저녁준비 쭈욱 아침 산책 및 점심내기 스포츠 (족구) - 미니산행 - 폐염전에서 명상 - 점심식사 - 서울 무리하지 않는 일정. 무척 심플하다. 그리고 여유롭다. 여기서 이토록 여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은 휴가철이 아닌 때 '금요일'에 출발했기 때문이란 걸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이다. |
금요일 오전 9시쯤 느긋하게 만나 장바구니가 휘도록 장을 본다.
아니, 장바구니로는 이 스케일을 감당할 수 없으니 카트를 늠름하게 밀고 다녔다.
워크샵이라는 다수의 인원이 모였기에 가능했던 카트 운행이었다.
바다에 걸맞는 점심은 회
출발하면 넉넉잡아 2시간 반이면 들어가는데 위치가 위치인지라 점심은 회를 먹어야 한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면 저녁은 고기를 구워먹는 것이 자연스럽기에 점심만큼은 바다의 것을 먹는다.
강화도에 진입하여 초지진으로 들어가면 횟집타운이 모여있다. 그곳에서 가장 괜찮아 보이는 집으로 간다.
나의 기준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가 괜찮은데다.
▲ 생선을 꾸들꾸들 말리고 있다. 어촌의 향기가 물씬 난다.
자연산 광어를 주문하고 기본 반찬들을 깔아주는데 플라스틱 접시를 뚜껑 삼아 내오는 것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퍼득퍼득 푸드드득. 물방울이 튄다.
하얗고 투명한 것들이 몸부림친다. 새우다. 녹색 내장이 대조적으로 더 선명하다.
일행이 과감히 시범을 보인다. 와사비 간장에 그것을 듬뿍 담갔다가 입으로 가져간다.
꺄악. 필자에게는 산낙지 이후로 새로운 도전이다!!
경험자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 식문화를 경험해야 했다.
그 와중에 새우와 눈을 마주친 채로 머리까지 씹어먹을 수는 없다며 머리까지는 못 먹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떠올랐다.
내 두 손가락에 멱살이 잡힌 채 꼬리채를 활짝 펼쳐가며 저항하던 새우가
한 순간 머리만 멀뚱히 남아 상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나의 행위가 극악무도한 것이었음을 알았다.
여러분들은 그냥 눈을 질끈 감고 간장에 찍어 홀랑 다 드시라. 그게 낫다. 그리고 생각보다 맛있다.
새우 이야기가 길었다. 주 메뉴인 광어회는 매운탕까지 매우 훌륭하다.
바다냄새를 맡고 바다 곁에서 먹어서 더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 나를 경악하개 만든 핑거 생새우. 벤뎅이 회를 맛보았다. 한마리에 딱 두 점이 나온다. 벤뎅이 소갈딱지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본격 버라이어티의 시작, 석모도로 진입한다
석모도로 들어가려면 페리를 타야 한다. 한 오분 걸리려나.
다리 하나를 놓으면 순간에 진입하련만 일일이 승선권을 사고 차량수송을 하려니 번거롭다.
그 덕에 섬이라는 장소가 더 스페셜하게 다가오긴 한다만.
새우깡을 워낙 많이 판다. 석모도 페리의 꽃. 새우깡. 뭔 말이냐고? 갈매기 떼가 새우깡을 향해 날아든다.
헛배부른 갈배기의 허기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그 새우깡 그냥 내가 먹는다.
주중 30분 주말 10분 간격으로 배가 있다.
1인당 왕복 2,000원, 차량은 1대당 왕복 14,000원이다.
시간표 안내 http://www.kangwha-sambo.co.kr/
민머리 해수욕장에 위치한 바닷가 하얀집 팬션.
이 펜션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갯벌이 있는 바다가 코 앞에 있다는 점이다.
밀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때는 해질녘까지 갯벌에서 조개잡이 베틀이 벌어진다.
갯벌을 휘저을 곡괭이와 캔 조개를 담을 망태기를 팬션에서 빌려준다.
팬션 홈페이지 http://www.seawhite.co.kr/
또 하나의 특징은 바베큐장이 있다. 금요일 저녁의 바베큐장은 우리 일행의 차지.
갯벌의 풍경에 걸맞는 저녁은 바베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고기 구울 준비를 한다.
해질녘 시작된 바베큐는 달이 휘영청 밝아 댓잎 사이로 드러날 때까지 계속된다.
좋은 사람들과, 정성으로 구운 음식을 먹고, 즐거운 이야기로 밤은 깊어간다.
이튿날, 아침식사는 지난밤 남은 재료에 조개 캐기 베틀로 수확한 수확물을 넣고 해장라면을 끓인다.
민머루 해수욕장, 즉 바닷가 하얀집에서 돌아 나오는 길에 폐염전을 들른다.
1950년대 조성한 23만7000평의 거대한 염전으로 질 좋기로 유명한 소금을 생산했는데 지금은 밀려오는 중국산을 이기지 못했다.
한때 소금 꽃을 피우던 광장에서 잡초만 무성한 그곳을 거닌다.
아침 산책의 기운이 남아 등산을 간다. 이 조그만 섬에 바다도, 갯벌도, 산도, 절도 있다.
해명산 길은 죽 이어져 건너편 보문사까지 닿는다. 딱 산 정상까지만 오른다. 2km다.
40여분 걸리는 거리의 짧은 능선이건만 그래도 산 정상이라고 석모도의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돌아오는 길은 메밀묵, 도토리전
돌아오는 선착장 길. 서울 나오기엔 웬지 아쉽다.
오른쪽으로 돌면 메밀묵 도토리전 정식이라고 써있는 음식점이 나타난다.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꽤 잘한 선택이다.
감자떡으로 에피타이져다. 쫄깃한 피에 흰팥 앙꼬가 달달함으로 식욕을 자극해두면
시원한 메밀묵냉국이 그 자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새콤한 국물에 한 바가지를 먹어도 살이 안 찔 것 같은 청량한 냉국이다.
이어 왼쪽에 빤딱이는 것이 도토리전이다.
도토리가루를 풀어 부추와 함께 부쳐내었는데 뭐랄까, 탄력 좋은 고무장 같다고 해야할까.
젓가락을 대면서부터 맛보다는 그 형질에 신기해했던 음식이었다.
오른쪽은 감자 옹심이로 만든 수제비다. 뜨끈한 국물에 기분 좋은 쫀득거림이 입안에서 통통 튄다.
혼자 요리를 내고 상을 차리고 손님을 맞았는데 그 번잡한 가운데도 메뉴얼이 몸에 배었는지 손님을 놓치지 않는다.
많이 시장했기에 차가운 냉국을 빨리 먹으며 시장기를 가시게 했다면 보글보글 끓는 콩비지는 여유 있게 음미할 수 있었다.
이것도 저 아주머니의 고도의 전략이 아닐까 싶었다.
온도랑 상관없는 음식은 미리 만들어놓고 내보내면 그 다음 열기 있는 음식을 올리는 시간적 여유가 가능하니까.
차가운 음식에서 뜨거운 음식으로 손수 빚고 쑤었다는 감자떡이나 묵이나 다 만족스러웠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잎으로 만든 장아찌가 특히나 정겨웠다.
배부르게 먹고 돌아나오는 길, 토요일 오후에 석모도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끝 간데 없이 줄지어있다.
금요일을 토요일처럼 나왔기에 저런 불행은 겪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박 2일 알찬 석모도를 즐기려면 금요일에 출발해야 한다.
아쉽다면 서울로 와서 팥빙수를 먹고 헤어지시라. 더운 여름의 갈증은 팥빙수다.
금토 알차게 보내고 나면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지난 시간이 구운몽쯤 될 것이다.
* 이 글은 삼성live 웹 사보에 실린 여행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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