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심리검사 이야기

나란 인간은 어떤 인간일까. 왜 지금 나는 이런 반응을 하는 걸까.
길 건너 정신과 간판을 보면 한 번쯤 들어가 상담을 받아보고도 싶었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일텐데 잘 모를때가 많았으니까.
모임에서 알게 된 언니가 있다.
심리치료사였고 내가 그 직업에 대해 궁금했던 것만큼 우린 서로의 일에 궁금해했고 같이 해볼만한 일이 없을까를 논의했다. 
그러다 아주 우연하게 심리검사 이야기가 나왔고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심리검사였던 터라 매우 적극적으로 기회를 잡았다.
 
심리검사 시작부터 괴롭힌 질문은 이걸 하는 목적이 뭐냐라는 거였다.
나는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냥 하고 싶다. 나를 좀 알수 있지 않을까 였는데 그것만틈 애매한 답이 어딨나.
보통 심리검사를 하는 배경은 '심각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다.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혼자서는 해결이 안되는 고민이 있을때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란다.

4시간에 걸친 심리검사를 받았다. 
4시간 중 반은 지능검사였다. 심리와 지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학교다닐때 집단 IQ검사에서 85점을 받았다.
원숭이의 평균 지능이라고 하는 85란 숫자를 결과로 받고(심지어는 75도 있었다. )
역시 학교에서 하는 단체검사는 믿을수 없다는 결론만 남겼다. 
1:1 검사였고 공인된 검사라 그런지 무척 꼼꼼하고 정확한 시간으로 진행됐다. 

2주가 지나 결과를 듣기로 하고 만났다.
그 많은 검사 중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로샤였다. 
그 검사 결과를 보기 전에 우선 지능 검사 결과부터 보여주었다.
지능수가 매우 높았다. 일반지능보다 월등히 높아 143에 가까운 기대를 보여주었다. 
얼굴에서도 표가 났으리라. 매우 기뻤다. 이 검사를 하기 전에는 85란 숫자가 내 것이었으나
이 순간 이후로 143이 내 숫자였으니.
반전은 그 다음부터였다.
이 지능으로 이상은 굉장히 높은데 현실적으로 그만큼을 못 받쳐주고 있다. 
현실적인 노력이 없다는 것이다. 나의 몽상가적 성향이 여기서 드러나는가? 
실행을 두려워하는 나의 심리적 성향이겠지 했으나 다음 말이 울렁거린다. 
나의 현재 심리상태는 '쓰나미'가 휩쓸고 난 후의 폐허상태와 같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7 그걸 견뎌낼 수 있는 힘이 3. 그래서 실행할만한 힘이 없다.
늘 긍정적이고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한 나에게는 엄청 충격적인 결과다.
이 정도 지능이면 로샤 검사에서도 응용과 협력지수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0이다. 
지금 나에게 무슨일이 있는지 생각해봐라.

자기애가 무척 강하고 나르시스트다. 
그래서 사회생활이 어려울거다. 차라리 돈이 많아버리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그것도 아니기에 사회성이 떨어질 수 있다. 
살면서 그런 성향때문에 손해를 많이 보기도 한다.
그래서 알콜 등의 약물에 중독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상담내내 들었던건 감정을 억압하지 말아라. 누르지말아라. 라는 말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스스로 합리화 하지 말아라. 안 괜찮다. 
맘놓고 상담사에게 꺼내놓는다. 꺼내놓고 보니 크고작은 상채기가 막 터진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좌절을 너무 겪어서 심리적 상채기가 많다. 

모든게 미래를 향하느라 현재를 희생하는 것 같다. 
현재, 지금에 충실해라.

분명 남들보다 아까운 지능과 재능이 있는데 위축되고 좌절하느라 이것에 날개를 달아보지 못하는게 아깝다.
자아를 단단히 쌓아가면 심리적인 근력을 키우고 나면 해쳐나갈 힘을 얻을 것이다. 
응원하고 힘을 주는 상담을 받아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