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 덕후는 아니어도 종종 문구와 노트를 구경하기 위해 서점에 간다.
오늘도 신년 다이어리용 노트 코너를 기웃거리다가 결국 마음에 드는 노트를 결정하지 못하고 왔다.
나는 2년째 나만의 스타일로 스케줄 노팅을 하고 있다.
다이어리도 여러번 사서 써보려고 시도했지만 늘 다이어리 유목민으로 남았다.
특히 시간관리에 효과적이라는 말에 혹해 유명 다이어리를 사봤지만
이 페이지엔 이 내용을 써!라는 답정너 페이지에는 어떤 것도 쓰고 싶지 않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규칙을 만들고 적응해나가는걸 좋아하는 나는 한참을 헤멘끝에
드디어 이거다 싶은 플래너를 알게 된다.
불렛저널이라는 책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
플래너가 아닌 그리드 노트 한 권이면 되었다. 그 노트 한권이면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플래너, 습관관리 노트, 일기장, 심지어 가계부로도 활용할 수 있다.
불렛저널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해서 당장 그 해 1월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시행착오는 많았다. 중간에 페이지를 찢어내기도 하고 핵심 기호가 매번 바뀌기도 했다.
정해진 칸에 정해진 내용을 쓰지 않으면 그 페이지는 빈 채로 넘어가야해서 스트레스가 있었지만,
불렛저널은 필요한 내용만 기록하면 되어서 비는 페이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무튼 내년에 쓸 불렛저널 노트를 오늘 사러 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왔다.
내가 원하는 노트는 A5사이즈, 소프트커버, 미색이 도는 종이색, 5mm 옅게 인쇄된 그리드.
의외로 이 조건을 만족하는 노트를 찾기가 어렵다.
작년에 썼던 몰스킨 라지는 노트의 폭이 좀 좁은 편이고 결정적으로 그리드 색이 너무 진하다.
글씨보다 더 튈 때가 있어서 아예 파란색 팬으로 기록했었다.
그래서 올해는 데이크레프트 노트를 사용했다.
이 노트를 선택한 이유는 소프트커버 촉감이 매우 좋았고,
인쇄된 색이 옅었고 종이가 두께가 어느정도 있어서 잉크가 배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종이가 두껍다보니 노트는 두꺼운데 페이지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리고 두껍기에 막쓰는데 부담스럽기도 하다.
아무래도 이 두 종류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될텐데. 일년간 사용할 노트라 신중하게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