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일기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법:간판에 속지 마시오

코치 박현진 2018. 4. 9. 21:07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 <꿈을 만나는 글쓰기> 과정중에 꾼 꿈인데, 
나의 이슈와 관련해 풀어볼만한 꿈이어서 꿈쓰기 재료로 사용했던 꿈이다. 

버스를 타고 마을을 지난다. 마을은 높은 지대가 많은 부산 같은 지형이다. 풍경을 구경하는데 언덕 위에 있는 건물에 <백남준>간판이 보인다. 백남준 기념관인가 싶어서 내려서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버스가 이동하면서 건물의 앞면을 보니 백남준이 나온 고등학교라는 걸 알게 되어 흥미를 잃었다. 


그러다 어느 동네에 내렸고, 구멍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거기서 하룻밤 묵야 하는데 주인 아저씨 혼자 사는, 살림집과 구멍가게를 같이 유지하는 그런 곳이었다. 나는 손님이고 방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아저씨는 바깥에서 가게를 본다. 방의 살림을 둘러보는데 낮은 천장, 몇 벌 안되는 검소한 옷이 옷걸이에 걸려있다. 노란 장판이 깔려있다. 구멍가게 살림이지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 만을 둔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아늑한 느낌마져 있다.

나는 그 방에서 담요를 덮고 고양이와 함께 잔다. 고양이를 끌어안고 있는데 고양이가 자꾸 내 팔을 발톱으로 파고든다. 담요로 팔을 감쌌다. 고양이가 내 팔을 아프게 하면 나도 고양이에게 응징을 한다. 그러면 고양이는 더욱더 내 팔을 아프게 한다. 살기가 올라오기도 했다가 그래도 품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묘안을 찾았다. 바로 고양이를 안지 않고 곁에 두는 것. 털 때문에 고양이도 더웠을 거고 그래서 자기 보호를 하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래서 고양이를 내 품에서 떨어뜨려서 옆에 두었다. 그리고 지켜보고 이따금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훨씬 편안했다.





이 꿈은 나의 주체성에 대한 꿈인것 같다.
버스를 타고 버스에서 보이는 풍경을 본다. 버스에서 내려서 백남준 갤러리를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은 갤러리가 아닌 백남준이 나온 고등학교였다. 고등학교는 백남준이 나온 것 말고는 아이덴티티가 없는건가? 그러고 보니 학교 건물은 회색에 특색도 없는 백남준 이름 하나만으로 버티고 있는 유령학교 같았다. 유명하고 거대해 보였던 갤러리에서 내리고 싶었는데 곧 본질을 파악한다. 간판에 속아 그곳에서 내리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구멍가게가 있는 동네이지만 꿈에서의 나는 스스로 내릴 곳을 정해 내린다. 이곳은 내가 하룻밤을 편하게 묵을수 있는 잠자리가 있는 곳이다. 의외로 구멍가게는 편견과 다르게 내부는 정갈하고 깔끔하고 미니멀 했다. 나는 아늑함 마저 느꼈다. 

그곳에 있던 고양이, 고양이의 어떤 특성이 나의 특성을 반영한걸까? 고양이는 보호하려 할수록 발톱을 드러내서 방어한다. 왜 내 마음을 못알아주지 하면서 더 끌어안으면 고양이는 앙갚음을 하고 그게 얄미워 쥐어 박으면 고양이도 공격한다. 결국 내 품에 가둬놓기를 포기하고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자 고양이는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얌전히 앉았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니 비로소 평화롭다. 고양이는 내가 품고 억압하려고 할때마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반항을 한다. 고양이같은 본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공존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 아닐까.


내가 백남준이라는 간판에 현혹되어 그 학교에서 내렸다면 어땠을까? 언덕위 외딴 곳, 온기 없는 콘크리트 건물에서 나는 무엇을 경험할수 있었을까? 언덕을 내려와 사람 사는 동네로 진입 했을 때 나는 비로서 내릴 선택을 한다. 거대한 간판 대신 사람사는 현실적인 온기를 택한다. 이 선택을 하지 않았으면 나는 고양이와 공존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을까? 안전한 하룻밤 잠자리를 얻을수 있었을까? 

이 꿈을 꾸면서 나는 여전히 나다움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간판에 속지 않고 나에게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