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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파리를 지나 생장으로

코치 박현진 2009. 11. 25. 22:10

2009.10.27



프랑크 푸르트 공항의 환승거리만큼이나 파리 지하철의 환승도 환상적으로 길다.
야밤에 도착해서 씻고 어쩌고 다음날 일찍 기차역으로 향하느라 파리의 본 모습은 못 본다.
아침은 민박집에서 한식으로 제공한다. 밥,국,메인 반찬 1에 사이드 반찬 몇 가지를 제공하는데
당분간 구경하지 못할 마지막 한식인지라 열심히 먹었다.

바욘까지 TGV를 타고 생장까지는 갈아타야한다.
열차가 나란히 두 대 있는 것을 모르고 한 대만 해당 량을 찾느라 앞에 있는 차를 놓칠 뻔하다.
TGV 고속철답게 귀가 멍멍하다. 검표원 한번 지난 후 별다른 사건은 없다.



6시간을 달리고 달려 환승 한 번 하고 또 1시간여를 달리면 생장이다.
생장이야말로 내가 드디어 유럽에 왔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준다.
순례길 문턱에 첫 번째로 들어섰다는 관념의 길이기도하고,
한낮의 유럽을 처음으로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순례자 협회에서 발급하는 순례자용 여권인 '크레덴시알' 을 발급받아야 한다.
앞으로 모든 순례의 길에는 이것이 필수다. 매 알베르게마다 이 여권을 제시하면 스탬프를 찍어준다.
스템프 하나에 하루가 가는 것이다.
영어를 뒤숑뒤숑 하는 중년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한다.
"웨어 아유 프롬?"
"꼬레아~~"
몇 가지 안전사항을 체크해주고 침대를 배정해준다.
순례자 여권 2유로. 알베르게 8유로.
가리비껍데기 장식은 기부금을 내고 가져 갈 수 있다.
배낭 한 가운데에 꼭 붙들어 매어 장식하자. 드디어 내가 무언가를 하러 온 사람 같다.

한국인이세요?
중년의 어르신과 아들이 들어선다. 완벽한 등산복 차림의 부자.
방명록에 멋지게 남겨 놓은 글이 인상적이다.
"거북이 바다로 헤엄치다."
이하 이 두분을 '거북이 부자'라고 부른다.





배정 받은침데에 가서 짐을 풀어 놓고 거리 산책.
미처 준비하지 못한 판쵸구입, 내일 아침 먹을 도시락용 과일 사기.
이렇게 만반의 준비물에 지출하고 내일부터 피레네산맥을 시작으로
하루 평균 25킬로를 걸어야 하므로 위장의 무게도 2/3로 줄여야한다.
토마토, 사과, 당근 한쪽씩, 고칼로리 비상식을 위해 말린 무화과와 호두, 아몬드 등 견과류 묶음 포장을 구입.
노트북과, 카메라가 4킬로 정도 나가는 가운데 식량의 무게까지 더하자 내 배낭은 터질 것 같다.


우리만큼이나 반쪽짜리 영어를 구사하는 잘생긴 프랑스 청년이 있는 타르트 집에서
전통 타르트 한 조각하고, 매콤한 가리비타르트, 육포가 들어간 타르트를 먹었다.
여기는 프랑스 생장. 내일이면 걸어서 국경을 넘는다.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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