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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camino]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 센티, 산티아고엔 왜 갔나

코치 박현진 2009. 11. 23. 19:01

순례의 상징 조개껍질

고백컨대,
'왜?' 냐는 물음에 나는 '그냥' 이라는 답을 할 뿐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의 길로도 알려진 그곳은 오로지 걸어서 여행하는 곳.
800 km에 달하는 길을 걸으려면 30여일이 훌쩍 넘는다.

연금술사로 잘 알려진 파울로 코엘료가 인생의 전환을 맞았다는 길.
소심하고 까칠한 여자라는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걷고 온 길.
종교인에겐 성지순례의 한 코스라는 길.
그것이 대략 내가 알고 있던 길의 정보였다.

그 길을 알게 된건 작년 2월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엉덩이로 방바닥을 기어다닐 때였다.
움직임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인지
그때부터 오래도록 걷는다는 행위를 환장할만큼 원했던 것 같다.
산티아고로부터 불어오는 자유의 바람은
슬슬 콧구멍을 간지럽히기 시작하여 가슴 한 켠을 후벼댔다. 

코엘료가 뭐라고 하든, 김남희가 까칠하며 소심하기까지하든,
박기영이가 노래를 하든말든 이제 남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보는것으로는 만족 할 수 없었다.

나는 내 길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두 팔 벌려 맞아들이는 환상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누구의 소개도 누구의 이야기에 반해서도 아닌
오직 내 길 위의 이야기를 갖고 싶다는 소망.


그리하여 과감히 한 달간의 리프래쉬 휴가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한 직장에서 5년 근속했으니 한달 휴가를 주시라' 고
누렇게 뜬 얼굴을 보고 허파에 새 바람을 넣어야 할 상태임을 파악했던지
내 상관은 쉬이 휴가신청서에 서명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종교적 목적도, 자아찾기의 목적도 아닌
깁스한 발을 바라보며 꼼짝 못하던 시간, 온몸으로 소망하던 자유로운 걸음과 
간지럽던 콧구멍만을 생각하며 이 길을 택했다.
배낭 한 보따리 짊어지고,  화살표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되는 이 길을.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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