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희망 '직업'을 써서 내라. 3순위까지. 공교육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누구나 한 번씩 받아봤을 진로조사. 중학교 1학년 14살. 나는 설문조사란에 '시인'이라고 적었다. 나머지 2,3순위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적어낸 대부분은 과학자, 교사, 약사, 회사원이 대부분이었을터. '시인'이라 적어 낸 눈에 띄었는지 담임 선생님은 '우리반에서 시인을 직업인으로 쓴 애는 너 뿐'이라 했다. 이즈음의 또래 소녀들이 그렇듯 나도 그런 소녀였다. 한국 단편 소설집을 읽고, 시를 읽고, 봄에는 꽃잎을, 가을에는 낙엽을 주워다가 책갈피에 끼워넣는. 웃음 많고 수다 많던 소녀였다. 그 아이가 '시인'을 이라고 적은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그렇게 살 수 어른이 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서이지 않았을까? 6년 후 스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