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21 2

벚꽃과 중닭; 성장의 법칙

초록 날개가 돋아날때쯤 털갈이 하듯 빠져버린다. 봄이 떠나고 여름이 오는 사이 눈을 질끈 감는다. 눈물겨운 성장통. 벚꽃이 질 때쯤 피어나는 잎을 보면서 허무타령을 하기보단 문득 징그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이 병아리가 중닭이 되는 과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귀엽기만 하던 병아리가 어느날 털뭉치가 몽창 빠지고 그 밑으로 까실까실한 깃이 올라온다. 인형같은 외형으로 그렇게도 보호본능을 자극했던 유약한 삐약이는 어느새 두눈 부릎뜨고 시뻘건 닭벼슬을 세운 수탉 꼬끼오가 되는 것이다. 그게 성장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장의 과정은 익숙하지 않기에 불안하다. 비오면 스러질 듯, 바람불면 날아갈듯한 꽃잎들이 사그라들고 새파란 잎이 돋아 활발한 광합성을 하며 이들은 드디어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된다. 귀엽고 ..

여행자의 눈으로 서울을 '발견'하기

한국에서 살면서 한국을 모른다. 문화적 의미는 차치하고 '국토지리'를 모른다. 훌쩍 강원도 어딘가로 당일치기 여행 갔다 왔어..라고 하는 사람을 기인이라 생각하는 속 편안함. 차를 굴려서 서울 시내를 누비고 다닐 생각도 안한 나는 서울 촌년이다. 버스커 버스커가 '여수밤바다'를 줄기차게 불어대도 여수가 어딨는지 어느 고속도로를 타야 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길을 물어보는 것이 두려운 나는, 수년을 '지하철'노선에만 의지한 나는, 서울시민이다. 오 세상에, 그러고 보니 '여행문화기획자'라고 고쳐 쓴 블로그 타이틀이 민망해진다. 자 이제 어쩌면 좋으냐. 반푼이로 살 것이냐, 지금이라도 길치를 벗어날 것이냐. 그래서 결심했다. 귀찮다는 이유로 서울이란 도시를 알기를, 대한민국의 구석구석을 다녀보지 않은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