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 4

산티아고, 감성의 다양한 변주곡

최근 예술가 후원의 한 방식으로 소셜 클라우드 펀딩이 생겨났다. 좋은 아이디어는 있지만 현실화 시킬 자금이 없는 경우 이 시스템을 이용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프로젝트를 소개해 다수의 후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이행 후 투자금을 돌려주는 대신 '리워드'로 보답하는 새로운 후원 시스템이다. 그 리워드가 독특할수록 후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면 어느 밴드가 앨범 제작비용을 모금하는 프로젝트를 올리고 후원금액에 따라 리워드를 차등 제공한다. 3만원 이상의 후원에는 공연초대를 6만원 이상의 후원에는 공연초대와 더불어 앨범 재킷에 후원자 이름을 넣어준달지. 6만원 이상은 공연중 이벤트를 해준달지.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으로 일상과 예술이 만나는 이벤트를 접하게 된다. 나 또한 몇가지 프로젝트에 참여도 해보..

기본에 충실해 주면 안되겠니?

빨간 벽돌로 지어진 2층짜리 카페. 한때는 누군가의 생활 터전이었을 듯한. 문을 열고 들어가 윤기나는 나무계단을 올라가면 안방처럼 아늑한 공간. 사방 통유리로 햇빛을 받는 동안은 수다를 떨기에도, 만만한 책 하나 붙잡고 앉아 읽기도 좋았다. 어느날부터 조금씩 변했다. 단가가 안맞는다며 메뉴 종류를 대폭 줄이더니 어느날인가는 모든 서비스를 셀프로 바꿨다. (그것도 가격은 고대로...) 이층까지 맛있는 치즈케익과 더치 커피를 가져다 주는 친절한 언니들도 없어졌다. 여름 한철 살짝 건조한 과일이 잔뜩 들어간 상큼한 샹그리아를 마시는 재미도, 고르는 기쁨을 선사해주는 많고 많은 종류의 핸드드립 커피도 이젠 없다. 슬슬 발길이 뜸하다가도 가끔 아쉬움에 단품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가기도 했다. 내가 그 카페를 좋아하..

막상 까보면 실망할까에 대한 두려움에 관하여

양파 같은 사람. 흔히 시간이 지나도 다채로운 매력이 있는 사람을 양파에 비유한다. 나는 항변한다. 양파는 까도까도 양파 아닌가. 벗길수록 매운기운을 뿜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게다가 점점 작아지는 스케일 하며... 오히려 양파 같은 사람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사람 아닌가. 나는 내가 그렇고 그런 양파일까봐 두렵다. 이 이야기는 '막상 까봐서 내가 별볼일 없을 것에 누군가가 실망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양파같은 존재의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적절할 것이다. 최근 나에 대해, 내가 하려는 일에 대해 참 큰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도움을 주려고 하신다. 한편 그 관심이 고마우면서도 마음 한 켠이 갑갑하다. 그것은 바로 막상 까봐서 실망할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십여년간 내가 하는 온갖 쌩쑈를 지켜봐온..

일상의 기록 2011.06.07

구로시장 쌀집 아저씨

최근에 들었던 인상깊었던 말을 소개한다. 이 말씀을 해주신 분은 성공한 기업인인데 본인이 창업을 하고 경영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담담하게 말씀해주셨다. 창업을 하면 무림의 고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들은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회장, 중견기업의 CEO 이런 사람들이 아니라고 한다. 중국집 수타 짜장면 가게 사장, 만화 대여점 주인 아줌마, 동네 구멍가게 슈퍼 아저씨... 막상 창업을 해보면 구멍가게 하나 운영한다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될 것이며 망하지 않고 운영한다는 것이 위대해 보일 거란 내용이었다. 그 말을 난 내가 사는 동네의 구로시장의 상인들에게서 느낀다. 요새 검은콩을 끼니삼아 먹고있는데 (검은콩 다이어트는 나중에 기회되면 알려주겠다.) 요 콩을 나는 구로시장에서 산다. 마침 콩이 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