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 4

편시춘(片時春)

인생살면서 배우고싶은 것들을 죽 생각해봤는데 그 중 하나가 판소리라. 그런데 그건 아직 알아보지도 않았어. 지금 넘보기엔 너무 시건방진 것 같아서. 나이가 좀 더 먹고나서 사십쯤 되어야 배움을 청할 수 있을것 같아. 판소리만큼 연륜이 배인 사람의 소리가 있을까. 저런 시조가락 읊을 연륜 한자락을 내가 가지고 있을라고... 판소리만큼은 얇은 감흥으로 꾸미는 것은 통하지 않을듯 하기에 편시춘(片時春) 판소리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전 목을 풀기 위해 부르는 단가로서 중모리장단의 남도 소리곡조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한다. 아서라 세상사 쓸데 없다. 군불견(君不見) 동원도리편시춘(東園挑梨片時春) 창가소부(娼家少婦)야 웃들마라 대장부 평생 사업 연년(年年)이 지나가니 동류수(東流水) 굽이굽이 물결은 바삐바삐 백천이 ..

일상의 기록 2010.10.25

서편제

#1 얼마전 뮤지컬 서편제 공연을 보다. 잔잔한 파장이 느껴졌다. 내용의 비장함에 동화되는 면도 있었지만 십수년 아껴왔던 작품이 다시금 새로운 장르로 선보이는 또다른 서편제를 보니 감회가 새로워서이다. #2 16살 중학교 졸업무렵. 어중간한 봄학기를 교실의 VTR시청으로 때우던 때였다. 교육적이라 판단했던지 학교측에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를 선택해 시청케했다. 그 당시 한국영화 최초의 1백만 관객동원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형식적으로 등교하고 대부분 수다나 낮잠으로 보내던 며칠마냥 지루하게 흘러가는데 그날따라 영화 서편제는 소란스런 적막감을 뚫고 내 마음에 들어왔다. #3 3년 후. 수능을 마치고 진로가 각지 정해져 학교에 더이상 볼 일이 없을 때가 왔다. 등교의 목적이 없는 ..

일상의 기록 2010.10.25

구전문화에서 찾는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몆 주 동안 내 정서를 지배하는 서편제. 영화에서 그렇듯 뮤지컬 서편제에서도 클라이맥스는 심청가의 한 대목을 부르는 장면이다. 수십년간 떨어져 서로 그리워하던 남매의 상봉은 죽은 줄로 알았던 심청이가 심봉사의 극적인 상봉과 오버랩된다. 대부분 관객들은 차곰차곰 적셔왔던 눈물을 이쯤에서 부터는 수도꼭지 터지듯 쏟아내게 되어있다. 음악마져 좋아 ost까지 구매하여 들다가 서편제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에 즈음하여 궁금증이 생겼다. 심청가 中 심봉사 눈뜨는 대목 (중략) 아뢰리다 소맹인 아뢰리다. 소맹인 사옵기는 광주토화동 고토읍 성명은 심학규요 을축년 정월달을 산후달로 상처하고 철모르는 딸자식을 강보에 쌓아서는 안고 이집저집을 다니면서 동냥젓을 얻어먹여 겨우겨우 길러내어 십여..

[타이베이] 도시남녀의 야시시(夜時始) 타이베이

매년 이맘때쯤 전직원이 해외로 워크숍을 간다. 물망에 오른 여러 지역 중 익숙하진 않지만 은근히 친밀한 지역인 대만이 1순위로 올랐다. 거래처분들, 직원들의 부모님 등을 초청하여 연회장에서 식사와 함께 축하하는 행사를 열었다. 특히 올해는 창립 10주년이라는 의미가 각별한만큼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잘 꾸려가기 위한한 다짐의 자리였다. 그리고.... 대만이라는 새로운 지역을 샅샅히 들춰보고 후기를 작성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진다. 이미 여행의 고수들인 여박이들의 주 업무가 새로운 여행지 발견해내고 상품도 소개하는것이 평소 업무인지라... (못믿겠으면 다음링크를 참조하시라. 우리는 놀지 않았다. 우리는 진짜루 일을 했다니깐 [링크]) 또한 매우 즐겁게도 잘 지은 여행기를 선별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