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온지 이 년 남짓. 여차 저차한 사정으로 스스로 이룬 완벽한 독립은 아니다. 나에게는 방 한 칸과 같이 딸린 작은 욕실이 생겼다. 어느날 욕실의 백열전구가 나갔다. 반원형의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커버를 제거하는 방법도 난감했던, 전구를 한번도 갈아본 적이 없던 나는 기술자를 불러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침 출근 때는 창틀에 비치는 빛으로 저녁에 손발을 씼을때는 방안의 빛으로 몇날 며칠을 때웠다. 그러다 어느 휴일, 전구 한 번 갈아나보지 하며 마트를 찾았다. 단돈 500원. 가격을 알고나니 싱거웠다. 집에 돌아와 커버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스르륵 열리는 것이 아닌가. 전구를 갈아끼는 건 또 얼마나 수월하고. 참 싱거웠다. 오늘 욕실을 청소했다. 물때가 낀 변기를 닦다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