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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독립해 산다는 것


집에서 나온지 이 년 남짓.
여차 저차한 사정으로 스스로 이룬 완벽한 독립은 아니다.
나에게는 방 한 칸과 같이 딸린 작은 욕실이 생겼다.

어느날 욕실의 백열전구가 나갔다.
반원형의 커버가 씌워져 있었고 커버를 제거하는
방법도 난감했던, 전구를 한번도 갈아본 적이 없던 나는
기술자를 불러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아침 출근 때는 창틀에 비치는 빛으로
저녁에 손발을 씼을때는 방안의 빛으로
몇날 며칠을 때웠다.

그러다 어느 휴일, 전구 한 번 갈아나보지 하며 마트를 찾았다.
단돈 500원. 가격을 알고나니 싱거웠다.
집에 돌아와 커버를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스르륵 열리는 것이 아닌가.
전구를 갈아끼는 건 또 얼마나 수월하고.
참 싱거웠다.

오늘 욕실을 청소했다.
물때가 낀 변기를 닦다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줏어내고
겨울동안의 습습한 기운에 구석에 낀 곰팡이를 찾아 닦아내고 하다가
얼마전 폭우가 쏟아졌던 날 이후부터 창틀에 고인 물이 눈에 들어왔다.

까치발을 들고 걸레에 물기를 묻혔다가 짜내기를 여러번 
이도 참 번거로웠다. 내친김에 창 자체를 청소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떻게 창을 떼어내나...
이리저리 용 써보니 그도 역시 되더라. 참 싱거웠다.

어느새 태어나 한번도 시도할 필요를 못 느꼈던
그래서 못할거야..라고 짐작하던 일들을
해야만 해서 하게되는 것. 
그게 독립이 아닐까 싶다.

진정한 독립은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지기를 
즐길 줄 알는 때에 이뤄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