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tra free time, 감성에 터치하다
친구가 커피 한잔하자고 찾아왔다. 일하느라 조금 지쳐있을 시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커피숍에 가서 나란히 앉았다. 커피를 즐기진 않았지만 머그에 가득한 커피를 마주한 순간이 행복했다. 이 커피를 마시는 동안 나는 쉴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수록 관계는 더 깊어진다. 그런데 커피는 마실수록 짧은 휴식이 줄어들어 아쉽다. 이 생각에서 끌어낸 작업이 바로 ‘Extra free time’이다. 머그 안쪽에 짙은 브라운색으로 세라믹 페인팅이 마치 커피가 가득 담긴 컵처럼 보인다. 커피를 다 마시면 휴식도 사라지는 불안함 대신 잔에 커피가 남아있는 듯한 시각효과를 줌으로써 여유를 더 갖게끔 하는 디자인이다.
페인팅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기에 같은 제품이 없다. 이 디자인을 생각하고 도자기 장인과 함께 자연스러운 브라운 색을 만들려고 두 달을 연구했다. 디자이너로서 유통까지 해야 했기에 해외 판로를 찾아보던 중에 태국에서 전시할 기회를 잡았고 홍콩의 바이어를 만나 해외시장의 판로를 찾을 수 있었다. 일일이 발로 뛰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성이 영감의 원천
그녀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민들레 조명. 민들레 홀씨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돔 형태의 솜털이 몽글몽글한 조명갓에 1미터 훌쩍 넘는 카본파이브로 만든 스텐드는 미세한 바람에도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민들레 홀씨를 불며 놓았던 어린 시절이 아스라하게 떠오르며 아늑함을 느낀다.
▲ 그녀의 대표작인 민들래 조명.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림이 아늑하다.
스무 살부터 십년을 영국에서 살았다. 자연스럽게 20대의 감성은 다인종, 다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이었다. 영국에서 사는 걸 참 좋아했다. 늘 날씨는 안개 끼고 비 오는 날이었지만 잠깐 해가 반짝하고 날 때는 또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그런 날씨를 가진 나라의 사람들 옷차림은 조리를 신은 사람부터 레인코트를 입은 사람, 스웨터에 목도리를 한 사람까지 십미터 반경 안에 다 있었다. 참 재밌는 나라였다. 여유로움이 좋았고 사회적 스트레스가 적은듯했다.
생활 속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 딱히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찰을 심도 있게 하는 편이다. 어느 날은 장미꽃이 담장에 흔들리는 모습을 봤는데 장미가 나에게 화이팅을 보내내 라고 느꼈다. 오늘 인터뷰하러 오는 길엔 낙엽이 회오리바람에 원을 그리며 돌아가더라 ‘쟤들은 무슨 이야기로 저렇게 수다를 떠는 걸까?’라는 상상한다. 주변의 모든 것에 이야기가 숨어있는 것 같다.
감성을 전달하는 디자이너
한국의 일상생활이 참 치열한 것 같다. 소소한 일상, 생활 대부분을 보내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살아야 할 텐데 사회구조가 그렇지 못하다. 돈의 가치가 더 높은 것 같다. 감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느낄만한 여유를 못찾 기 때문인 것 같다. 누구나 가진 감성, 나는 그것을 끄집어 내 여유를 되찾아주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가구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디자인 장르는 광범위하게 다룬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 일이 들어왔을 때 인테리어 디자인 경험이 없어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전공디자이너와 실무적인 협업을 하고 나는 느낌과 컨셉을 잡아내 아트디렉팅을 한다. 그러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지금 딱 내가 하는 디자인을 정의 내리기에는 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50살쯤 되어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추구하는 건 무의식에 있는 감성을 전달하는 디자인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2년 후, 영국에 스튜디오 설립이 목표
나의 영감의 아이디어가 컨셉팅하고 기획해 실재하기까지 내 스타일의 작업을 하고 싶은 꿈이 있다. 내 이름으로 독립하기 전 회사에 다니며 디자인 실무 경험을 쌓았다. 인테리어 가구회사에서도 일했고, 디스플레이, 패키지 디자인, 나아가 모바일 기기까지 다양한 디자인 장르를 접했다.
한국에서 지금의 사업을 궤도에 오르게끔 성공하고 2년 후에 영국에 장성화 디자인 스튜디오를 낼 생각이다. 지금 활동하는 순간순간이 너무 중요하다. 한국에서 마켓을 찾기가 쉽지 않다. 지금 하는 작업들의 해외 판로를 찾고 싶다.
앞으로의 꿈은 한국 디자인을 정립하는 것
국가마다 자국 디자인 정체성과 역사가 다듬어져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심플함. 간결한 라인이다. 북유럽쪽은 굉장히 인간적이고, 영국은 실험적이고, 일본 디자인 하면 미니멀한 특징이 떠오른다. 그런데 한국 하면 딱히 떠오르는 디자인 이미지가 없다. 나는 한국 디자인의 특징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인터뷰 중 보여준 Extra break time을 어루만지자 장성화 대표가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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