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목)
8시간 밤을 달려 아침이 밝아올 무렵 바르셀로나 북부역에 떨어졌다.
이젠 세계 어느 곳을 가도 다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터미널 밖으로 지하철을 찾아 타고 민박에 도착했다.
그 동안 닝닝한 바게트에 과일 등으로 식사를 했었기에 오랜만의 한식이 반가웠다.
일단 짐만 내려놓고 식탁 앞으로 끌어 앉혀졌고 곧이어 오랜만의 밥과 국을 구경하게 됐다.
반찬 가짓수를 줄여도 될 정도로 양도 많고 맛도 좋은 가정집 밥이었다.
"우린 밥먹는다. 낼 당장 바르셀로나로 버스타고 오등가.. "라면서 문자를 찍던 그들이 생각났다. 이 맛이었군.
애초 바르셀로나는 계획이 없었다가 사고칠 듯한 예감과 센티 산티(아고) 프로젝트를 구상한다고
급 선회를 했기에 준비해온 자료가 없다.
민박집 사장님에게 바르셀로나 관광자료를 얻었다.
자 그럼 잠시 쉬고 환상의 미술품으로 눈 정화 여행을 떠나 볼까.
라고 쓰고 오후까지 잤다. 식은땀이 나면서도 오한이 든다.
서둘러 감기약 한 알을 복용하고 나갈 차비를 했다.
민박집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에 몬주익 지역에 가서 미술관을 보기로 했다.
분수쇼로도 유명하고 온갖 거장들의 작품이 모여있는 곳.
시내 중심가에 이런 미술 관이 크게 자리 잡았음에 한번 박수를.
배가 고파 위장이 쓰린건지 장이 꼬여 아픈지 알 수가 없다.
지난 밤 버스에서 불편한 잠을 보낸 탓과 무식하게 와인 반병을 마시고 술병난 거라고 자가진단을 내렸다.
몸의 컨디션이 떨어지면 세계의 그 어떤 명작을 봐도 제대로 감상할 수가 없다.
그게 내가 예술품을 접하는 기본 태도다.
복제로만 보아오던 것들을 오리지날로 볼 수 있는
감동의 기회를 이런 식으로 흐지부지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다 말고 카탈루냐로 향했다.
패션의 거리로 젊은이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이다.
광장 한 복판에 군밤, 군고구마 노점이 있다. 반가움에 다가갔다. 헉 3유로다.
그리고 고구마는 크기만 컷지 입만 대고 버릴 만큼 최악이었다.
몇몇 들어본 ZARA 같은 현지 브랜드들 숍이 들어서있다.
그나저나 몇 가지 구입하고 싶은 옷들도 있었는데 저것들을 배낭에 지고 갈 생각을 하니 아찔했다.
이번 여행 나는 트렁크 족이 아닌 배낭 여행자였다.
내 뽈뽀 로망을 돌려줘~~
골목길에 음반점이 있기에 디에고 음반을 몇 장 구입했다.
디에고 콜렉션과 쿠바 출신 피아니스트 데브의 듀엣앨범도 함께.
레스토랑 앞에서 호객을 하는 아가씨에게 뿔뽀가 있는지 확인하고 드디어 뿔뽀를 맛보게 되는구나 싶었다.
뿔뽀는 문어를 살짝 삶아내어 우리나라로 치면 고춧가루를 솔솔 뿌려 먹는 스페인 전통요리다.
카미노에서 발견하지 못한 게 한이 되어 꼭 이번만큼은 먹어보겠다고 다짐한터.
내가 상상한 맛은, 소금기가 배인 탱글탱글한 문어 살과 매콤한 맛이 어울어
한 번 씹으면 뽀드득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맛이었다.
그러나 퍼석한 문어에 말리다 말고 물에 불린 퍼석한 문어와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이상 음식이었다.
이걸 끝까지 먹는 게 고역이다.
이건 아니야. 이걸 니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스페인 대표 요리 뿔뽀라고 하지 말아줘.
그리고 더 골때리는 건 vat포함 16유로가 나온 것이다. 아 카미노가 그립다.
카미노에선 하루를 생활하기 넉넉한 돈인데. 한 끼에 그것도 먹는게 고역인 음식에 이 돈을 내야 하다니.
군고구마에 이어 이 연타 실패를 해 놓고 나니 바르셀로나를 더 구경할 의욕을 잃었다.
내일 일일 투어나 잘 해야지....
저녁은 라면을 내어주신다. 신라면 이걸 어디서 공수해오나 싶었는데 표지에 유럽용이라 써있다.
김치를 원 없이 집어먹고 곧 같이 민박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맥주 한잔을 했다.
자연스럽게 민박집 사장언니도 끼어서 인생이야기를 나누다.
이분의 민박 운영철할도 같이 들었다.
1. 음식이 최고다.
유럽을 오래 여행한 사람들 한국음식이 그리울거다. 그게 핵심이다.
일단 맛잇는 밥으로 배부터 불려놓자.
음식을 못하는 사람일수록 신선한 재료에 투자를 한다는 매후 겸손한 말씀을 남기심.
2 청결 또한 중요하다.
낫잠 잔다고 새시트 까는걸 봤는데 방제하고 매번 시트는 빤다.
식사가 끝나면 항상 향초를 켜 놓는다. 집에 음식 냄새가 배면 불쾌하기 때문이다.
3. 빨래 무료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세탁이 되어 가지런하게 건조된 빨래를 볼 수 있다.
그냥 해주시는데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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