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획&기록/유럽

[프랑스-파리] 루브루에서 하루 온종일 눌러있기

코치 박현진 2009. 12. 23. 19:24


11/18(수)

나는 믿는다.
독서와 예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책을 한 권 읽고 아름다운 것을 한 번 보는 것이 당장 눈에 띄는 효과는 없을지라도
오랜기간 쌓이다보면 일정부분 인간의 내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생각에서인지  여행을 가면 그 나라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꼭 가본다. 

파리에서 머무는 이틀 동안 하루를 루브르에 온전히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루브르+파리시내투어 에 참가하려했으나 루브르 한 곳에만 있어도 부족할 것 같아 포기했다.




이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에 우선 앞도부터 되고...
일단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맑은 정신을 다듬고...시작했다.

한국어 오디오 안내 서비스를 운영한다.
6유로. 아낌없이 내려고 하는데 신분증 없으면 빌려줄 수 없단다.
아무리 애원에 사정에 이 비싼 카메라라도 맡기겠다고 아우성이지만 단호히 거절당하고 만다.
바르셀로나의 발라버릴 소매치기 생각에 머리끝까지 부르르 떨린다.

아아...이 안타까운 현실.

곳곳에 학생들이 작품 앞에 앉아 데생을 하고 있다.
이미 자신들의 문화를 이렇게 접하며 자라는 아이들과
넘의 나라 두상을 가져다가 수년간 베끼다가 미대생이 되어버리는
한국의 입시를 교차 비교 하게 되면서 찹찹한 기분이 든다.
호메로스 부르투스를 베끼는 것을  알까.

그러기를 3시간여. 시대별 장르별로 돌아다녔지만 끝이 나질 않고 배가 고파온다.
머라도 먹어줘야 제대로 감상을 할 듯하여 잠시 나오기로 했다.
그런데 출구 찾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들라크루아. 잠시만 기다려라 밥먹고 와서 다시 봐줄께.
이미 바깥으로 나가기로 마음먹은 터에 출구는 보이지 않고 거대 석상들의 무덤속에 헤메자
현기증이 마구 밀려온다.
아아...저 석상들 사이를 헤치고 빠져 나가야돼....

일단 바람부터 쐬고 이어서 시작하는거야.
샌드위치를 테이크 아웃해 와 거리를 돌아나녔다. 사람 흉내낸 석상대신
피가 도는 사람들을 보니 호흡이 안정된다.




메소포타미아관 부터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다시금 보게 된 이교도의 문명.
평면으로 표현한 인체
파피루스에 그려진 상형문자 오늘날까지 응용되는 패턴들.

고등교육에 쇠뇌당한 평면과 상형이
그리스 서양 미술이 고등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스, 이집트와 비교하면서 말이다. 인체의 비례가 어떠니 저떠니 하면서...
내 의식을 지배하던 고정적인 미의식이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