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05
비아나-나바레테 : 21.5km
8시에 기상. 나의 늦잠에는 이유가 있다.
아래층 침대에서 머문 코골이 부자는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한다.
둘이서 번갈아 박자를 맞춰가며 밤새 리듬을 탔다. 귀마개도 소용없었다.
아침, 그들은 너무도 개운한 잠을 자고 난 듯 마알간 얼굴로 인사를 건넨다.
나는 눈에 핏발이 선 채로 욱하는 맘을 달래야했다.
출발은 조금 쌀쌀. 로고르뇨로 향하는 길은 대체적으로 평탄했다.
2시간 만에 로고르뇨에 도착했고 바에 들어가 또띠아와 커피를 마셨다.
또띠아는 생감자를 달걀과 함께 오랜시간 불에익힌 스페인 대표요리다.
로고르뇨는 조금 큰 도시였지만 공장도 많고,
여기저기 공사중인 건축물들도 눈에 띄고 대체적으로 낭만은 덜 한 도시였다.
느낌이 좋았다면 로고르뇨에 머물 생각이었지만, 예정대로 나제라로 발을 옮겼다.
나제라까지 13킬로를 더 가야 하는데 너무 추워졌다.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면 너무 추워 갖고 있던 옷을 다 껴입어도 힘에 부쳤다.
장갑에 모자를 두 겹 쓰고 판쵸까지 뒤집어 쓰니 누가 봐도 추례한 복장일 것이다.
추위가 더하니 근육통이 좀 더 심해진다. 1시쯤 근육통약을 복용했다.
나제라 까지는 마을은 없기에 무조건 걸어야 한다.
11월이 되니 점점 겨울을 만나게 되는건가 싶다.
바람이 역으로 불어댈때 발을 옮기기가 어렵다.
4시가 가까워 겨우 나제라에 도착했는데 알베르게가 문을 닫았다.
나는 거의 초주검이 되어갔다.
근처 호텔을 보니 싱글에 70유로다.
어차피 잠만 자고 나올것을... 7유로짜리 알베르게가 사무치게 그립다.
동네 사람을 붙잡고 손짓 발짓 동원했다....돈데 에스타 호텔??
나의 없어뵈는 차림을 보더니 나를 끌고 허름한 호텔로 안내해준다.
다행이 19유로였다.
여전히 5유로짜리 알베르게가 그리웠다.
결정적인 차이는 싱글룸과, TV를 볼 수 있는 것 뿐.
공동 화장실과 샤워장 타월은 카운터에서 체크인 할 때 주었다.
거울을 보니 눈에 핏발이 터졌다.
죽은 듯 누워 한 시간을 잠들다 꼬르륵 소리에 슈퍼를 찾았다.
누가봐도 내 차림은 순례자였다. 계산원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신다.
손짓을 보니 날이 춥다고 옷 따뜻하게 입으라는 것 같다.
고맙게도 부엔 카미노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첫날 20킬로를 메고 18킬로를 오른후 피레네 산맥 앞에서 돌아온 이후 오늘이 제일 힘겨웠다.
앞으로 기온이 떨어지고 계속 바람이 분다면 따뜻한 옷을 한 벌 사야 할지도 모르겠다.
덜어도 모자랄 판에 점점 짐만 더해가는 상황이 되어간다.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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