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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획&기록/산티아고BuenCamino

[Buen camino] 하룻쯤 더 머물러도 좋아


2009.11.03


어젯밤 파티를 같이 보낸 사라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오후의 한가로운 때를 즐기고 있다.
아침에 빨래도 하고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식재료도 사오고 동네도 어슬렁거리다.

한국인 남자사람이 쉬어간다며 들어왔다.
문득 내 노란 슬리퍼에 시선을 두더니 독일인 마크 이야기를 한다.
노란 신발의 한국 여자 이야기를 했나보다.
첫날 피레네 산맥을 못 넘고 있는 나를 경찰에 신고해 준 친구다.
소문이 거기까지 퍼졌나?
카미노에서 나의 정체는
'노란슬리퍼를 신고 피레네에서 퍼졌던 그래서 실종신고됐던 한국여자'가 된 것이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느리지만 잘 간다.

빨래 말리고 식사하고 발의 물집 처리하는데 벌써 한 시다.
아 이곳에서의 시간은 느리지만 잘 간다.
앞으로 남은 2주일을 보낼 계획을 세워보지만 계획이랄게 따로 있을리 없다.
그저 걷다가 돌아오는 것.
어디서 돌아오느냐가 계획의 전부일 것이다.



▲ 하루종일 틀어줬던 '맘마미아 OST' 스페인버전. 급기아 가라오케버전을 소개까지 해주는 센스발휘.  


밖이 시끌벅적하다. 한 무리의 순례자들이 등장하려나보다.
그 무리에 나를 노란슬리퍼라고 부르는 마크와 40대 '샤이보이' 가 섞여있었다.
하루 여유를 부리니 이렇게 만난다.
마크(화가. 32세)는 지네 집에서부터 독일에서부터 900킬로를 개와 함께 걸어왔다.
그의 개는 항상 지쳐 있고 마크는 멀쩡하다.
서로 반가운 '척' 인사 해대고 난리도 아니다. 
그래 잘 왔다. 밥먹자~~~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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