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획&기록/한국

연말특집_망상 해수욕장엔 마알간 해가 떴었지

내가 상상해온 해맞이 풍경.
조용한 바닷가 뒤곁엔 따뜻한 캠핑카(혹은 작은 텐트여도 된다.) 가 있고,
앞엔 모닥불이 가물가물 졸고 있다.
낚시용 휴대의자에 앉아 무릎담요를 덮고 따끈한 커피잔을 쥐고 있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새해의 계획에 설레어한다.
멀리서 동이 터오면 덕담을 주고 받는다.... 내 상상속 로망은 그렇다......

철야 명상 후 새벽예불까지 마치고 서둘러 해돋이 차비를 한다.
다섯시였던가, 일출이 바로 보이는 동해 망상 해수욕장으로 차로 이동.
해뜨는 시각이 7시 28분이라고 하니 두시간여를 기다려야한다.
축제는 한창이었다. 숫제 오일장에 노래자랑팀이 촬영나온 것 같다.
검은 바다를 배경으로 볼륨을 최대로 높인 스피커에서는 경쾌한 트롯이 흐르고
건물의 횟집과 통닭집은 저마다 색색으로 네온사인을 반짝인다.
아아... '망상'의 분위기는 이랬던 것이었다.



용모양으로 힘차게 에어볼룸을 쏴댔으나 어째 타이틀에서 맥이 빠진다.
해수욕장 이름이야 어쩔수 없다 쳐도. 저 문구는 좀 민망한건 내 생각인가.
저기서 어떤 새해의 야심적인 기대를 할수 있단 말인가.... 망상...망상...




봉사활동 하는 분들이 각 부스에서 열심히 활동중이었다.
추위에 떠느라 더운 물이 절실한데 차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떡국을 주기도 하고
포장지에 소주병을 든 미녀가 웃을을 짓고 있는 미니 핫팩이 협찬품으로 요긴하게 쓰이기도 한다.
일단 주는거 받고 먹고 마시고.... 두시간을 버티기로 한다. 





일정표를 보니 나름 알차다.  부대행사 소망 기원문 쓰기. 이런 아름다운 행사가.
늑장을 부리느라 삼화사에서 기원문 쓰기를 못한 나는 여기 행사에 참여할 생각으로 봤는데.
거대한 낙서판이었다. 그런데도 어느새 흰틈이 안보일정도로 메꿔있었다.




한쪽에서는 따끈한 막걸리가 한순배 돌고, 한쪽은 신년 달집태우기가 성황이다. 
내 주변에 깃발이 펄럭 굵은 필력으로 외친다. 
'페리카나' 를 인식하는 순간 과거들었던 조크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민주화 투쟁시절, 경찰과 학생의 치열한 대치.
경찰이 쏘아대는 체류탄에 정신이 혼미해져 기를 놓친 선두.
겨우 눈을 떠 저 넘어 쓰러져있는 시뻘건 기를 기세좋게 들어세운다.
빨간 깃발은 때마침 부는 바람에 기운차게 펄럭이며 메시지를 전한다.
'냉면개시'
동해시. 망상 상가번영회의 협찬이 반영된건 알겠는데
페리카나, 동해횟집.... 이런거 말고 좀 더 근사할 순 없을까?
안타까움에 눈물겹다.




날은 순식간에 밝는데 해가 떠오를 기미를 안보이다. 7시 반이 넘어가고 하나둘 지친다.




인파 사이를 헤기치를 포기하고 물러났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말간 해는 보지 못했다. 
한참 뒤에 소나무 밭 사이로 이글대는 태양을 봤다. 서슬퍼런 솔나무 사이를 헤집고 올라오는 태양이 따가왔다.
어쩌다보니 계획하지 않았던 동해 일출까지 보았다.
상상하던 일출광경과는 거리가 있었지만,  촌스럽고 정겨운 일출행사로 기억된다.
어쨌든 해는 봤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