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기획&기록/산티아고BuenCamino

[Buen camino] 불타는 발바닥을 지긋이 즈려밟고


2009.11.01
푸엔테 라 레이냐-에스텔라 : 22.4km


오늘은 불나는 발바닥과의 투쟁기가 되겠다.
발바닥 뒷굼치 굳은살에 자리 잡은 두터운 물집,
전체적으로 발을 조이는 등산화 덕에 살을 파고드는 엄지발톱의 고통.
그리고 자꾸 새로이 잡히는 발바닥의 부분적인 물집들.

가장 힘든 건 발을 디딜 때 마다 느껴지는 발바닥 통증이다.
발바닥 뼈로 바로 다가오는 통증들.
오늘은 일행들 중에서 맨 꼴찌로 걷곤 했다.
가끔은 걷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만사가 귀찮다.
발바닥만 괜찮다면 14 킬로의 짐도 견딜 수 있다.
불타는 발바닥을 느끼며 신선놀음 하던 나는 드디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나 왜 여기 있는거니??
발바닥에 물집까지 잡혀가면서 이곳에서 떠날 생각도 못하고 있는 나는 뭔가.
출발 기세대로라면 '즐거운 도보여행과 세계의 여행자를 만나겠다' 에서 빼놓은게 있었으니
그것은 '고통'이었던 것이다.

걸음이 고통이고 모험이 공포가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여행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 길이 고통과 즐거움 중 어느 쪽인지를 고민하게된다.
이 길을 끝까지 걷는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생기는 것일까.
그저 즐거움으로 기울이기로 한다.



▲ 산티아고 가는 길은 순례자가 길을 헤메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절뚝이면서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끼발가락의 물집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실리콘 밴드를 구입했다.
예상치 않던 비용들이 마구 발생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광장이 있는 중심가를 찾아 콜라 한 잔 들고 멍 때리고 나면 그곳은 이미 낫선 마을이 아니다.
 
피곤함에 쩔어 침낭을 펴자마자 쪽잠에 빠져들었다.
해가 아직 남았을 때 잠들어 문득 빗소리와 소란스러운 말소리에 깨었다.
비가 엄청 쏟아지고 있었다....



2009 santiago de compostella
ⓒ copyright by senti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