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새소리를 들으며 사무실에 출근해 환기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노트북을 켜고 밤새 떠오른 글감을 골라 적어내려간다. 나의 아침은 간밤의 글감을 다듬는 것으로 시작한다. 바람은 향기롭고 하늘은 개운하다.
100일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상상한 나의 아침 모습이다. 커피향이 그윽한 공간에서 한 호흡에 글을 써내려가는 내 모습은 상상일 뿐 매일밤 자정을 앞두고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양 엄지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눌러대는 일자목 환자가 있을 뿐이다.
'마감 3시간 전입니다'라는 카톡음이 울리면, 나는 배가 고파지기 시작한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데 그게 식욕으로 표출된다. 아침 글쓰기를 습관화해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나리라는 야심찬 계획은 사라졌다. 대신 야식하고 자정까지 스마트폰 두들기느라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어지고 살도 찌는 반전의 결과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매일밤 상상을 하고는 잔다. 내일 아침 일찍 눈을 떠 써야만 하는 글감이 떠오르기를. 그게 기가막힌 꿈이든, 글감이든 쓸만한 소재로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오늘도 마감은 지킨다.
2.6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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