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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42 이대로 쭉 회피하면 어떻게 될까?

이대로 쭉 회피하면 어떻게 될까?


숫자 7개 이상에  컴마 2개가 찍히면 호흡불안이 온다. 나는 전형적인 숫자 포비아다. 일단 수를 잘 못 외운다. 전화번호나 통장번호도 자주 틀린다. 그리고 수를 못센다. 일.십.백.천.만.십만.백만... 이렇게 일단위 부터 하나씩 세어야 안심이 되니 숫자 세다 한나절이 간다. 더하기 빼기 또한 잘 틀린다. 


 그런 나에게 5월은 공포의 달이었다. 1인 기업이 되고나서 처음으로 종합소득세를 신고해야하기 때문이다. 숫자와 세금에 관련된 용어를 들으면 멍해지기에 나는 홀로 고군분투 하지 않고 세무소에 직접 찾아가 세무신고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초보 사업자들이 말하는 '세금폭탄'을 맞았다. 

 소득에 비해 높게 나온 세금고지서를 보자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아는 세무사에게 대행을 맡겼다. 삼십분 후 그녀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보고와 함께 오히려 환급이 된다며 고지서를 보내왔다. 수수료는 15만원이었다. 비싸지만 비싼것도 아니었다. 안그랬으면 내가 세금으로 몇배는 더 냈어야 하는 금액이다. 일이 터지고 주변 선배들을 살펴보니 그들은 직접 처리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알아 봤다면 수수료는 내지 않아도 됐을 비용이었다. 

 직면 하기를 미루다가 결국 된통 당했다. 내 사업이고 내 일인데 세금, 숫자에 대해 보완할 노력은 덮어두고 피했다. 앞으로 내가 회피하던 일에 대해 자문자답 해봐야겠다. '이대로 계속 회피한 채로 시간이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답을 떠올리니 오싹해 진다.



3.4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