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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생활의 발견

[100일 글쓰기] #23 경복궁 시뮬레이션 투어

일요일 오전부터 경복궁 시뮬레이션 투어에 참여했다. 본격적인 상품을 만들기 전 피드백을 통해 보완해가려는 목적으로 진행하는 투어다. 투어를 진행하는 분은 자전거나라의 이용규 가이드였다. 자전거나라는 지식가이드 전문업체다. 유럽의 수많은 박물관, 미술관, 유적지 등의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해 여행객들엑 알기 쉽게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 그룹이다.

5년 전, 유럽 출장중에 파리에서 가이드 투어를 받은 적이 있다. 무료로 파리 시내의 야경 투어를 공지했고 인터넷을 보고 찾아온 무려 오십여 명의 신청자와 함께 했다. 퐁네프 다리를 비롯해 파리의 몇 군데 명소를 보고 에펠탑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잔 하며 종료하는 코스로 꽤 낭만적인 이벤트였다.

성수기 유료 투어만으로도 성업인데, 굳이 시간을 쪼개 무료 야경투어를 벌린 가이드의 생각이 궁금해 물었다. 전통적인 지식가이드 투어의 포맷과 해설과는 별도로 자신이 하고 싶은 멘트, 원하는 코스를 마음대로 짜보고 선보이고 싶었다고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SNS 친구가 되었고 종종 소식을 알고 있었다.

어느날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 또 얼마 지나 경복궁 가이드 투어를 개발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시범 가이드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유럽 10년차 가이드가 풀어내는 경복궁 이야기는 어떨까 궁금했다.

의례히 경복궁 건축의 역사와 건축 구조일 줄 알았는데 가이드가 잡은 주제는 '조선을 기획한 학자, 정도전이 바랬던 나라는 무엇인가?'였다. 정도전이 꿈꾸던 나라와 지금 우리의 모습을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화창한 봄날 서울시내 안에 있는 멋진 장관을 보여주는 궁을 거니는 행복감도 즐겼다.

오 년 전처럼 나는 또 물었다. 왜 다시 국내 투어인가 하고. 프랑스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남의 것만 공부하다가 우리의 것이 궁금해졌고 아름다움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에게 이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고.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건 전과 같지 않다'라는 말이 있다. 매일 새롭게 우리의 아름다움을 발견해서 나눠주는 멋진 투어로 자리잡길 바란다.